5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대해 "절대 부적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이 보고서 채택 등 임명을 강행한다면, 청문회를 계속해야 할지부터 원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또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있다고 한다면 먹어보고 버리겠나?"라며 "위장 전입에 각종 의혹과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 후보자들이 지명 철회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해 강 후보자 임명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낙마자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부의 엄청난 부담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역시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감지된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선 조금 강경한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장은 "(후보자 지명이 됐을 때) 처음에 (제기됐던) 위장 전입 문제나 이를 둘러싼 거짓 증언, 거기에 위장 전입했던 곳이 이화여고의 관사인데 여기가 어떤 아지트로 사용됐고 그래서 대체 어느 정도인지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제기됐던 여러 가지 의혹 외에 딸이 아버지와 함께 콘도를 분양받아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있다). 공직자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라며 "(이러한) 여러가지들이 쌓이고 있어서 강 후보자에 대해선 여론이 당초보다 나빠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학교 교수와 강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 2009년 7월, 부산에 위치한 콘도미니엄 '대우월드마크 해운대'를 2억 6000여만 원에 공동명의로 분양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재산을 취득하게 했을 때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강 후보자는 장녀의 증여서 1600여만 원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측은 4일 입장자료를 통해 "당시 해운대 콘도는 가족이든 친구든 지분이 2인이 되어야 구매할 수 있다고 하여 배우자가 장녀와 공동명의를 한 것"이라며 "증여나 탈세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 의원은 지난 3일, 강 후보자가 유엔에 근무하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강 후보자가 유엔에 근무했던 2006년 1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남편인 이일병 교수의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강 후보자가 이 기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2007년과 2013년, 2014년 총 세 차례, 약 10만 원 정도의 보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강 후보자의 장녀 역시 2006년 4월 한국 국적을 포기했지만 2007년 9월 이후 이 교수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역시 10만 원 정도의 보험 혜택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측은 3일 "후보자의 배우자는 당시 소속 학교의 직장건강보험에 가족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보자가 유엔에서 별도로 건강보험을 가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부양자로서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장녀는 지금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라고 덧붙였다.
강 후보자 측은 "후보자와 가족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건강보험과 관련한 구체적인 신고 및 자격요건에 대해 숙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처음 지명됐을 때부터 장녀의 위장 전입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강 후보자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거짓말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도 강 후보자의 자녀들이 증여세를 늑장 납부한 점, 강 후보자가 유엔 근무 당시 후보자의 장녀와 부하직원이 동업을 한 문제 등이 검증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야당은 청문회를 통해 이 사안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지원 "강경화, 적당하다"
하지만 야당 일부와 전직 외교부 관료 사이에서 강 후보자의 외교 업무 분야의 능력을 인정, 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5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서 강 후보자에 대해 "이분도 참 유능하신 분"이라며 "너무나 많은 것들(의혹)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분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청문 보고서를 채택한다면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것보다는 어떻게 대한민국을 개혁할 것인가,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봐야"한다면서 "'정부 편을 들어주면 2중대다, 그렇지 않으면 각을 세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볼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준 전 유엔 대사 역시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강 후보자의 임명이 확정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성, 비(非) 외무고시 출신은 물론이고 국제무대에 장기간 나가서 활동한 후 돌아온 첫 외교부 장관"이라며 "현재 세계 속 우리나라의 위상을 볼 때 이 모든 '최초'가 각각 실현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면서 강 후보자에 힘을 실어줬다.
오 전 대사는 "유엔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는 제가 본 어떤 경우보다도 긍정적"이었다며 "강경화 장관(후보자)는 우리 외교의 패러다임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용 기준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오 전 대사는 "민주화 이후 정부의 고위직 인사 검증에 적용하여 온 잣대들에 대하여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용하고 냉정하게 검토해 볼 때"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류와 함께 강 후보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거주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하는 등 우호적 여론 조성에 힘을 쓰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나눔의 집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장관이 되면 정부의 지혜를 모아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세부사항은 모르지만 피해자와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 제 스스로도 의문을 갖게 한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제가 유엔에서 인권업무를 했고 우리나라 국제 위상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나눔의 집 방문 배경에 대해 "유엔에서 인권업무를 할 때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저 나름대로 업무를 많이 했고 할머님들의 용기와 존엄을 찾아가는 노력이 유엔에서 핵심 의제"라며 "그 전부터 늘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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