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력한 검찰개혁 추진으로 많은 검찰 고위간부들이 줄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이어 사법부 또한 파동 조짐으로 판사들의 사직도 예측되면서 법조계 주변에서는 전관예우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사와 판사가 사직 후 1~2년 만에 수십 억에서 수백 억 원까지 벌어들인다는 이 전관예우 현상은 현재 사법 분야의 가장 큰 적폐 중의 하나로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들어볼 수조차 없는 '전관예우'라는 해괴한 이 말이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률허무주의를 낳는 가장 대중적인 사례이다.
연고주의(緣故主義)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병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연고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사법 분야라는 것이 뭇 사람들의 평가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 현상은 바로 이 연고주의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전관예우는 가장 저급한 형태의 국가권력 사유화 현상으로서 불공정한 판결과 처분을 초래해 법 적용의 평등이라는 헌법 원칙을 침해하고 국가권력의 법률적합성을 훼손함으로써 법률에 의한 법집행 작용이라는 법치주의의 본질적 요소를 부정한다. 결국 전관 비리는 사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법원과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게 된다.
두드러졌던 대법관 출신의 전관예우
특히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경우 전관예우의 현상은 극명히 드러난다. 2005년 이후 퇴임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 7명이 2006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수임한 사건은 모두 534건인데, 그 중 88%인 470건이 대법원사건이었다.
대법관 이상의 고위직 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은 이들의 후배 법관들에 대한 명성(reputation)의 형성과 그것의 사법부 상층부에의 전달을 통해 법관인사에도 직간접적이나마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전관예우의 문제를 낳을 소지가 다분하므로 당연히 금지돼야 마땅하다. 퇴임 대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통해 그것이 상고심사건에 한정되든, 혹은 항소심사건까지를 포함하든 소송대리에 관여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게 된다.
전관예우, 여기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는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대법관 등 고위 법관들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관뿐만 아니라 모든 연방법원 판사의 임기가 "행장(行狀)이 선량한" 종신으로 헌법에 규정돼 있고, 일본의 경우 최고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없고 정년만 70세로 규정돼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도 연방법관의 임기제는 인정되지 않으며 정년만 68세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모든 법관의 임기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정년만 일반 법관의 경우 65세, 최고법원 법관의 경우는 68세로 규정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과 엄격한 취업제한 규정으로 전관예우 차단해야
한편 선진국들은 사전에 공직 내부의 엄격한 윤리 심사와 변호사업계의 자정 작용으로 부정·탈법의 소지를 줄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2년 미국연방법전의 '이해충돌방지법(Bribery, Graft and Conflict of Interest: Chapter 11)'이 제정된 이래, 공직자는 퇴직 후 자신이 경험한 공직과 관련된 일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1~2년간 또는 영구적으로 업무관여 및 개입, 영리활동 등이 금지된다.
영국은 '일반공무원 관리 규정', '각료 규정'상 공직자의 윤리규정이 엄격하고 고위공직자의 취업심사가 무척 까다로워 판검사의 재취업이나 전관 변호사 활동이 드물다.
독일은 판검사가 변호사로 전직하는 예가 많지 않고, 연방공무원법에서도 퇴직공무원의 취업 제한과 업무취급 제한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평생법관제가 정착돼 있고 비리를 저지른 판검사에게 엄중한 징계 및 처벌을 내린다.
전관예우 청산 없이 사회 정의와 국민주권주의 없다
더욱 주시해야 할 점은 이 전관예우 현상이 지금 사법 분야를 넘어 이른바 '관피아'로 일컬어지는 행정부 및 입법부 관료들과 군인 그리고 경찰 등에서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관예우는 '야바위' '패거리' 문화라는 가장 저열한 형태의 권력 사유화로서 사회 정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해당한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청산한 지금, 전관예우라는 권력 농단을 반드시 척결해야만 한다.
오직 우리 사회에서만 창궐하고 있는 전관예우라는 이 비정상적 농단 현상이 청산되지 않고서는 "법의 정의"나 "사회 정의"를 결코 운위할 수 없다. 전관예우의 청산이야말로 국민주권의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이 시대의 이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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