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軍형법 '동성애 처벌 조항' 폐지 법안 발의

군형법 동성애 차별 조항 개정안 발의…"발의 의원 10명도 가까스로 채워"

군사 법원이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군인에게 24일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의당은 이 판결을 "반인권적"이라고 규탄하며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군형법 제92조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은 업무 시간 외에 동성 군인과 합의된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된 A 대위에 대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대위는 "근무 시간 외에, 집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고 밝혔지만, 군사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휴가를 나와서 군대 밖에서 합의된 관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동성애자인 군인의 성관계는 유죄가 된다.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군인의 항문 성교 등을 금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 6항이다. 해당 조항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 등의 신분으로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성폭력이 아닌, 단순한 '성행위'까지도 처벌 대상으로 만든 조항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15년 11월 "한국 정부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며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반인권적인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성애자들의 동일한 행위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듯이 A 대위의 행위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의당은 군형법 제92조의 6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소속 의원 전원이 함께 발의했다고 밝혔다. 추혜선 대변인은 "이번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법안 통과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군 내부의 인권 개선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 군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이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만만치 않았다. 법안을 발의하려면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보수 기독교 단체 등으로부터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한 국회의원들이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꺼린 탓이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발의 의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석 달을 기다리다가 지난주에 가까스로 발의 숫자를 채웠다. 용기를 내서 발의에 참여해주신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종대 의원은 "저는 이 법률 개정안이 세계 속에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이정표를 세우는 중요한 사명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여러 국회의원들이 심정적으로는 이 개정안을 지지하지만, 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해서 참여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제가 총대를 메겠다. 어려운 일은 저에게 맡기고 힘껏 지지만 해달라"고 적었다.

군형법 제92조 6항을 폐지하려는 시도는 전에도 있었다. 가깝게는 2013년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전 의원이 이 조항을 폐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간(남성 간 성행위를 비하하는 단어)'이라는 단어만 '항문 성교 및 기타 추행'으로 수정된 채 해당 조항은 존치됐다. 군대 내 성폭력은 현행법상 '강제 추행죄' 등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광진 전 의원의 소신 발언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던 김광진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 도전장을 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경선 과정에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국회의원 낙선 대상 1번, 김광진"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졌다. 전남기독교총연합회가 김광진 전 의원의 공천에 공개 반대했다.

공천 탈락 이후 김광진 전 의원은 2016년 3월 <허핑턴포스트>에 올린 글을 통해 "정치인의 중립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자들의 옆에 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신념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도 그 옆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난받는다면 그 당사자로 살아가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라고 적었다.

김광진 전 의원은 "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 곁에 서지 않고 방관하고, 같이 비난의 대열에 동참하는 것, 저는 부끄러워서 못하겠습니다. 이게 지역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살겠습니다. 증오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더 크다는 걸, 그것을 판단할 국민의 상식을 믿습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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