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열차', 지난 열흘 무슨 일 있었나?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폭탄 맞은 '트럼프 랠리'

지난 5월 17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두 개의 폭탄이 터졌다. 하나는 경제 폭탄이고 하나는 정치 폭탄이다. 경제 폭탄은 이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정치적 혼란으로 다우 존스 지수가 무려 377포인트나 폭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공약 시행은 서서히 물거품이 될 위험이 있다."

정치 폭탄은 이것이다.

"미 법무부가 17일 전격적으로 특별 검사를 임명하여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커넥션’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 폭탄의 파괴력은 당장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이제 겨우 미지근한 회복 기미를 보이는 지구촌의 경제에 찬 물을 뿌릴 것이 우려된다. 그리고 정치 폭탄의 후폭풍은 당장 미 정가를 극심한 혼란과 마비로 빠트리면서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란 '헌정 위기'까지 치달을 위험이 있다.


‘머피의 법칙'이란 미국의 항공엔지니어 머피가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라고 언급한 일종의 확률 예측이다.


현재 미국뿐 아니라 온 지구촌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는 지난 9일 '화요일의 대학살'이라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 연방수사국(FBI) 코미 국장 전격 해임으로 시작하여,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의 임명으로 발전한 상황이 과연 '머피의 법칙'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우려하던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이 끝내 잘못될 것(트럼프 탄핵)"인가 여부이다. 대선 유세 때부터 우려하던 트럼프의 파격적이고 충동적인 정치적 판단과 결정이 결국 최악의 자충수로 결말 나는 상황 말이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루된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수사할 특검 로버트 뮬러. 그의 등장으로 트럼프가 '탄핵열차'를 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AP=연합

측근들도 방어해줄 수 없는 트럼프의 '자충수' 연발


지난 열흘(5월 9일~18일) 사이 도대체 무슨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일이 있었나?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코미 국장은 4년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했다. 일반적으로 FBI 국장은 정치적 독립을 지키기 위해 임기 10년이 보장되는데도 트럼프는 이 같은 불문율을 깬 것이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해임 이유는 "그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FBI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였다. 일종의 문책론이다.


10일: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가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강한 수사 의사를 표명한 것에 분노해서 그를 해임했다"라고 보도했다.


11일: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자충수'는 이날 NBC 방송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와의 인터뷰에서 발생했다. 첫째, 트럼프는 "(법무부 차관의) 건의에 상관없이 코미 FBI 국장을 (이미) 해임하려 마음을 먹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건의를 받아 코미 국장을 해임했다고 전날 발표한 백악관의 공식 해명을 부인하고, 자신이 직접 코미의 해임을 결정했다는 얘기이다.

둘째, 트럼프는 이 인터뷰에서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본인만이 알고 있던 뜻밖의 사실을 폭로했다. 즉, 트럼프 본인이 어느 만찬에서 코미 전 국장에 "세 차례나 '내가 (러시아 커넥션 의혹 관련) 수사 대상이냐'라고 물었더니 코미 전 국장이 '당신은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라고 답을 했다는 주장이다. NBC는 대통령이 FBI 국장에게 자신이 수사 대상이냐고 묻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위로 FBI의 범죄 수사 규정에 어긋난다고 보도했다. 자칫 '수사 방해'라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12일: 이 방송 내용이 알려진 다음 날 민주당 진영과 미 법조계의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날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법무부 감찰관실에 서한을 보내 FBI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개입이 있었는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20개 주 법무장관들도 같은 날 "(러시아 연계설 의혹에 대한) 독립적인 특별검사 선임만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서한을 법무부에 보냈다.


15일: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신임 FBI 국장의 신속한 임명으로 이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 국장의 후임 인사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할 것으로 본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이 예정된 오는 19일 이전에라도 신임 FBI 국장 인선이 결정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현재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유력한 8명 후보의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당 슈머 상원 원내 총무는 지난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신임 FBI 국장의 신속한 임명 저지를 선언했다.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는지를 수사하는 독립된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전에는 코미 전 FBI 국장의 후임자 지명을 저지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누가 FBI의 신임 국장이 되느냐가 누가 러시아 대선 개입을 수사할 특별 검사가 되느냐와 직결되어있기 때문이다."


17일 오전: 이번에는 핵폭탄급의 파괴력을 가진 소위 '코미의 메모' 스캔들이 터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코미 국장에게 당시 진행 중이던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 등을 적은 '코미의'메모'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메모는 자칫하면 트럼프가 FBI의 러 대선개입 수사에 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코미의 메모' 존재 뉴스를 접한 미 정계, 법조계, 그리고 언론 등이 이 메모의 공개를 요구하며 특검 수사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17일 오후: 미 법무부 장관 대행 로드 로즌스타인이 휘청거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결정적인 펀치를 던졌다.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전격으로 '러 스캔들' 수사의 특별검사로 공식 임명한 것이다.


공화당을 포함한 미 정가와 언론은 일단 특검 수사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특검 수사가 이제껏 내가 말해온 것을 확인해 줄 것이라'면서 협조를 약속했다.


향후 수많은 정치, 외교, 경제 및 사회적 변수의 동아줄을 끊고 투명한 최종 결과를 발표해야 할 특검 수사는 현시점에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찻잔 속의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고, 반대로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헌정 위기'라는 대형 참사로 번질 수도 있다.


불행히도 확실한 건 하나 있다. '트럼프 랠리'라고 불리던 미 증권가의 호황은 날벼락을 맞고, 트럼프의 경제 공약은 물거품이 되고 '글로벌' 경제는 그 유탄을 맞아 허우적거리게 될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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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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