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 시각) 한국 방송 지상파 3사의 출구 조사가 발표된 이후 "미국의 정치 리더들은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한국의 의지를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은 문 후보가 "북한 체제가 아무리 혐오스럽다고 하더라도 남한과 미국, 그리고 주변 국가들은 대화와 경제 교류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제재와 압박을 강조했던 미국을 비롯, 한국의 전임 정부들과는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문 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쉽지 않은 상대들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핵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결정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그리고 북한에 대한 접근이 많은 한국인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심지어 위험하게 만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역시 "문 후보의 유력한 승리는 미국과 관계에서 새롭고 잠재적으로 어려운 장을 열어 줄 수도 있다"며 "문 후보는 북한과 관계를 재개하고 싶어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비록 국내 이슈가 (한국의) 선거에 주된 주제였지만, 외교 사안 역시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의제로 자리잡았다"면서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북한과 남한에 대해 그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이른바 '선제 타격'을 거론한 것이 한국 유권자들에게 외교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이날 북한과 외교적 이슈가 있었지만, 한국 유권자들에게는 개혁에 대한 열망이 북한 문제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39세 이아람 씨가 "문재인 후보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가 정권 교체를 위한 최고의 후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투표했다. 이것이 다른 모든 것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며 서울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외신들은 성주 롯데 골프장에 배치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최종 배치될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주요 사안으로 보도했다. 외신들은 문 후보가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이 문제가 중국과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디언>은 "문 후보의 또다른 외교 정책 우선순위는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그동안 사드 문제로 중국과 대립해왔다. 중국은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역시 "중국이 (한국의) 선거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가 한국 땅에 들어간 이후 한중 관계 긴장이 높아졌고, 중국 내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 사드를 의미)를 들여오는 결정에 대해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면서 "문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자금으로 쓰인다고 말해왔던 개성공단의 재개 문제를 포함, 북한과 경제적 협력도 재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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