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공방 그만두고 김관진-맥매스터 대화 공개하라

[정욱식 칼럼] 한미동맹·한중관계에 '폭탄' 던지고 떠나는 '적폐' 세력

사드 비용을 둘러싼 한미간의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사드는 10억 달러짜리 무기이고, 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점화시켰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반박성 해명을 내놓으면서 논란은 증폭되었다.

그러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30일 전화통화를 갖고 진화에 나섰다. 통화 직후 청와대는 보도 자료를 내고 "한국이 부지·기반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사드 비용 언급에 대해서는 "동맹국들의 비용 분담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맥매스터가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맥매스터의 설명은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다. 그는 청와대의 해명 직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진행자가 '당신이 한국 측 카운터파트(김관진)에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제가 대통령이 한 말을 거스를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한 말은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원래의 협정이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협정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우리에게 지시한 것은 전 세계의 모든 동맹국들과의 방위 협약을 재검토하고 방위 분담 비용과 책임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NATO와 그런 것처럼 한국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리더십 덕분에 점점 많은 동맹국들이 집단방위에 있어 좀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진행자는 '그래서, 누가 10억 달러를 내게 되는지의 문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냐'고 거듭 묻자 맥매스터는 이렇기 답했다.

"사드 배치를 비롯한 한국과의 방위관계(defense relationship) 문제는 앞으로 계속해서 재협상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동맹국들에게 다 적용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가장 우선순위로 둡니다. 결국 강한 동맹관계를 위해서는 모든 동맹국이 공정한 몫(fair share)을 납부해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맥매스터의 발언 취지는 '기존 협정은 유효하고 지킬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이게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드 비용 문제는 일단락되었다기보다는 한미동맹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황교안 권한 대행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비용 재협상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느냐의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4월 27일 자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국에 통보했다"며 "한국은 이걸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양측에서 사드 비용과 관련해 모종의 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

4월 30일 김관진-맥매스터 전화 통화 내용도 보다 정확히 공개될 필요가 있다. 청와대는 맥매스터가 기존 협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만 부각시켰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미국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면서 기존 협정을 준수하겠다는 발언만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맥매스터가 '기존 협정은 유효하지만, 재협상을 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김관진에게 전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그렇다면 사드 비용 문제가 왜 이렇게 첨예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일까? 동맹을 비즈니스 취급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돈 문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점은 일정 부분 예견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나는 지난 2월 초에 펴낸 <사드의 모든 것>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예상한 바 있다.

"트럼프로서는 '왜 우리 돈으로 산 걸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느냐'는 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사드 배치 결정 시 한국에게 상응하는 금전적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 배치를 서두를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황교안 대행 정부가 집요하게 매달렸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기 대선'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자고 미국을 졸라댄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가 10억 달러짜리 청구서를 내밀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사드 포대 '운영유지비'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미군이 직접 부담한다"고 줄곧 주장해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공산이 대단히 크다. 성주 사드가 가동에 들어갈 경우 정확한 운영유지비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미국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의 2015년 예산서에 따르면 5개 사드 포대의 운영유지비는 약 7600만 달러이다. 1개 포대로 국한하면 약 1500만 달러(한화 약 180억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에 주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에는 매년 수백억 원의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평택 미군 기지가 완공되면 불용액의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사드 포대의 '운영유지비'는 "미군이 직접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을 전용하는 것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4월 27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사드 기지 향상과 같은 점증하는 요구를 충족시킬 비용 전용을 가능케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분석을 강력히 뒷받침해준다.

'사드 대란'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근본적인 질문이 '정권의 책임성'이다. 탄핵 '이전'의 박근혜 정권은 국회와 국민 의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사드 배치를 결정해버렸다. 그 결과 한중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고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탄핵 '이후'의 정권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조기 대선'이 결정되자, 연말까지 한다던 사드 배치 속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를 기회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가 청구서를 내밀자, "미국이 부담키로 한 기존 합의는 유효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일주일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황교안 대행 정부가 무슨 수로 기존 합의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나중에 사드 운영유지비가 "미군의 직접 부담"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전용으로 처리되어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빠져나갈 것이다.

이처럼 졸속적인 사드 배치는 한국의 경제는 물론이고 한미동맹에도 큰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차기 정부와 국회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까닭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도 재협상 의사를 내비친 만큼, 대선 후보들도 재협상 의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사드 비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 자체를 놓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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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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