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곡기를 끊고 40미터 광고탑에 올랐나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 ①] 절망의 벽을 넘기 위해 한걸음씩 올랐다

2017년 4월 14일 광화문 역 7번출구 세광빌딩 옥상 위 광고탑에 6명의 노동자가 올랐다. 이들은 곡기를 끊고 물과 소금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왜 고공에 올라 단식까지 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프레시안>에서는 고공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의 글을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고공농성과 단식투쟁은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의 끝을 내기 위한 중요행위가 됐다. 노동3권이 온전히 보장되었다면, 파업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었다면 이런 극한투쟁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 다시 광화문 네거리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고공·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실이 바로 울산의 고가다리에서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과 이곳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나는 해고자가 아니다. 세종호텔에 입사한 지 이제 16년차다. 2011년 회사는 의도적으로 또 하나의 노조를 만들었고, 구조조정과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를 반대하는 기존의 세종호텔노동조합을 6년 내내 탄압해 오고 있다.

사측과 가까운 또다른 노조가 합의해 준 포괄연봉제에 의해 해마다 20%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 5년 동안 부당전보와 현장탄압에 맞서 싸워오면서 한 해에 수 백 만원씩 삭감되는 임금은 해고나 다름없다. 부당전보와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을 고발해도 노동자들보다는 경영진에 유리한 판결이 대부분이다. 법적인 소송 또한 십여 명의 조합원들에게는 시간과 돈의 압박이 매우 크다. '어용'노조가 자리 잡은 현장에서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정규직들에게도 참담하다.

깡패나 다름없는 노조파괴자들을 고용해서 폭력을 행사하고 5년 내내 지독하게 노동자를 괴롭혀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한 자본가들도 겨우 징역 1년형이 전부다.

생활고로 빵과 우유를 훔친 가장에게는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면서 수십 수백 명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먹은 자본가에게는 고작 벌금 몇 백 만 원이 그나마 한다는 처벌의 전부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 이 사회의 모습이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의 모습이다.

▲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한 광고탑에서 노동자·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이 고공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로 인해 고통 받던 노동자들이 함께 뭉쳤다. 박근혜 집권 하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박근혜 퇴진 촛불이 광화문을 채우기 훨씬 전부터 '노동악법' 철폐와 생존권 쟁취를 위한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건 싸움을 시작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11월 1일부터 정부청사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매일같이 촛불집회의 선두에서 앞서 1년간 외친 박근혜 퇴진 투쟁을 이어갔다. 주말마다 백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였지만 노동의제는 좀처럼 부각되지 못했다. 그렇게 박근혜 씨는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되었지만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아직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끝내 4월 14일 비가 내리는 금요일 날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각기 다른 사업장의 6명의 노동자는 40m 광화문 광고탑에 올랐다. 절망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그 길을 한 걸음씩 올라왔다.

물과 소금만으로 지탱하며 글을 쓰는 오늘(27일)이 단식 13일차다. 공동투쟁을 함께 시작하고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법을 제·개정 하지 않고는 인간답게 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싸움들 속에서 서로 연대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고 각기 달라보였던 사업장들의 투쟁들이 자본주의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끝장내지 않으면, 노동3권을 온전히 쟁취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도 내일도 없음을 알았다. 정권이 바뀌고 적폐세력 일부와 그 부역자들 몇 명 바꾼다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음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아직도 정부청사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이고, 광화문 네거리 40미터 위 광고탑에서 고공단식농성을 시작한 이유다.

이제 천만의 비정규직과 수백만의 실업자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 농민들, 장애인들, 빈민들, 이들과 함께 자본가 천국을 갈아엎을 싸움을 이제 시작해야 된다.

노동3권쟁취, 노동법 전면 제·개정 요구는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공통된 요구다. 대선 선거 운동이 시작된 날부터도 광고탑 위의 노동자들의 시선은 함께 요구를 외쳐줄 노동자들을 보고 있고,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함께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음에 오늘 하루를, 또 내일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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