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프레시안>의 오피니언 코너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는 방법 5가지”이었다. (☞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는 방법 5가지)
이 글에서는 각종 미디어 매체가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사실상 여론이 조작될 수 있다는 '6번째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기 위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는 '6번째 가능성'을 소개한다.
지난 1주일 동안 실제로 시행되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여론조사 조작의 '6번째 가능성'을 살펴보자.
주로 시행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 아예 발표하지 않거나, 1단 기사로 조그맣게 축소하여 뉴스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인터넷 매체에 띄웠다가 즉시 삭제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SBS와 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7 대선 첫 TV 토론이 지난 4월 13일에 열렸다. <표 1>은 첫 TV 토론 이후 지난 15일까지 시행한 7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 후보(문재인과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 순위로 배열한 것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한 기관, 조사 기관, 지지율(%), 격차(퍼센트 포인트), 그리고 유무선 비율을 보인다.
표1: 5자 대결 시 두 후보의 지지율(%)
순위 | 의뢰기관 | 조사기관 | 지지율 | 격차 | 유무선 비율 |
1 | CBS | 리얼미터 (14일) | 문: 45.4 안: 30.7 | 14.7 % P | 무선 90 유선10 |
2 | KSOI | 자체 조사 (14~15일) | 문: 46.9 안: 34.4 | 12.5 % P | 무선81.1 유선18.9 |
3 | MBN | 리얼미터 (10~12일) | 문: 44.8 안: 36.5 | 8.3% P | 무선 90 유선 10 |
4 | 서울경제 | 한국리서치 (15~16일) | 문: 42.6 안: 35.6 | 7.0 % P | 무선 82 유선 18 |
5 | SBS | 칸타퍼블릭 (14~15일) | 문: 35.8 안: 30.2 | 5.6 % P | 무선 51 유선 49 |
6 | 조선일보 | 칸타퍼블릭 (14~15일) | 문: 36.3 안: 31.0 | 5.3 % P | 무선 55 유선 45 |
7 | 중앙일보 | 자체조사 (15~16일) | 문: 38.5 안: 37.3 | 1.2 % P | 무선71.75 유선29.25 |
자료: 4월 15~17일자 주요 신문과 인터넷 매체 (각 기관별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표 1>에 나타난 정치적으로 가장 의미가 큰 특징은 문재인 후보가 최근에 시행한 7개의 5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모두 이긴다는 사실이다. 1주일 전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거나 동률이었던 경우와는 극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 변화 조짐은 당연히 언론의 관심을 끌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대선의 최종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가?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가 이 중대한 사실을 당일이나 그 다음 날까지 보도하지 않았다.
'무너진 양강 두고' 보도 외면한 매체들, 우연일까
지난 4월 16일에는 그보다 1주일 전 '안철수 1위'로 나왔던 칸타퍼블릭(조선일보 의뢰)의 여론조사가 결과 순위가 뒤집혀 나왔다. 두 후보의 지지율 순위가 역전된 점이 주목됐다.
한 언론은 '무너진 양강 구도' 보도를 외면한 매체들에 대해 짚었다. '양강 구도가 흔들린다'는 취지의 기사는 16일 오후 3시 30분 이후 밤 11시 30분까지 14개 주요 신문과 통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무시당했다.
16일은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에는 특히 젊은층 대다수가 주요 뉴스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얻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를 알리는 여론조사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것은 부작위나 축소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게 한다.
<표 1>에 나타난 다른 특징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간의 격차는 변동성이 컸다. 최고 13.5퍼센트 포인트에서 최하 1.2퍼센트 포인트 수준이었다. 주목할 점은 그중 4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밖이라는 점이다.
둘째,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에 든 <SBS>, <중앙일보> 그리고 <조선일보> 경우에는 유선전화의 비율이 매우 높다. SBS(49%), 조선일보(45%), 중앙일보(29.25%)의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 현상이 우연의 일치일까?
끝으로 <표 1>에는 없지만, 주요 일간지 등은 다자구도가 아닌 양자대결(문재인과 안철수), 당선 가능성, 적극 투표자 등을 여론 조사기관에 요구한다. 나름 중요한 지표이다. 강조할 점은 이런 지표들의 해석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다수의 언론 매체가 현실성이 거의 없는 '가상의 양자 구도' 조사를 요구하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다. '양자 선호도 조사'를 마치 '지지율'처럼 보이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 왜냐하면, 양자 대결의 결과와 다자 대결의 결과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적극 투표자 조사도 속내를 숨기는 투표자가 많아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 당선 가능성 조사는 응답자의 '희망 사항'으로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이처럼 여론조사 방식과 언론의 보도 방식에 따라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국민은 이를 가려낼 수 있는 '깨어있는' 유권자가 될 필요가 있다.
CBS : 19세 이상 남녀 101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KSOI : 만 19세 이상 남녀 1015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MBN : 만 19세 이상 남녀 1525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포인트.
서울경제 :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SBS : 만 19세 이상 남녀 1039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조선일보 : 만 19세 이상 남녀 1058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일보 : 만 19세 이상 남녀 2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2%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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