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 대한 관심 반의 반이라도 '개혁 입법'에

[기고] 민의 왜곡하는 선거제도 개혁 시급하다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가장 소리 높여 외쳤던 헌법 조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제1조 제2항 규정이었다. 바로 국민주권 조항이다. 바야흐로 국민주권은 우리 시대의 핵심적인 정신이다.

지금의 국회, 국민주권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들먹이며 적폐세력들과 합의가 안 된다는 이유로 여러 개혁 입법을 방치하고 있다. 박근혜의 공범에게 허락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야당은 똑바로 하라."

최근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지금 이 상황에서도 국회는 개혁입법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명실상부 식물국회다. 그러면서 항상 보수당의 반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라는 변명을 한다. 그러나 도대체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박근혜 세력의 '허락'을 받고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인가?

한 마디로 개혁을 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높다랗게 담을 빙 둘러쌓고서,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해 시민의회 선출 등 어떠한 시민 참여 제도의 도입에도 철저히 소극적이다. 비단 국회가 불러대는 청문회 증인만 모르쇠가 아니다. 정작 국회 자신도 이 지점에서 모르쇠로 일관한다. 심지어 이 와중에도 기득권의 파이를 어떻게 더 키워낼 것인가에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헌 논의도 실상 제왕적 대통령제의 제왕적 국회로의 전환에 초점이 가 있는 모양새다. 이 점에서 그들은 완전한 기득권 세력이다. 국민주권 시대에 부합되지 않으며,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산파역으로서의 국회의 역할을 수행하라

지금 다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과정을 차분히 돌아보라. 과연 누가 기적과도 같은 지금의 국면을 만들었는가? 냉정히 말해, 국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구경꾼이고 방관자일 뿐이지 않았는가?

국회가 계속 국민주권주의라는 오늘의 이 엄숙한 시대정신을 거부한다면, 어느 날 한 순간에 국민주권 시대의 도도하고 세찬 격류에 떠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한 점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박근혜 통치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듯이 말이다.

정치인들에게 간곡하게 바라건대, 제발 보수에 가지는 관심의 반의 반이라도 국민주권주의의 제도화에 관심을 가져보라. 그렇게 된다면, 반드시 이 땅에서 시대착오적 극우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비약할 것이며, 심각한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문제 해결도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언하건대, 차기 정부에서도 촛불은 계속 실천된다. 국민주권이 일정 수준으로 실현되는 때까지 반드시 촛불은 힘차게, 도도하게 타오를 것이다.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추세이고 대세적 흐름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국회는 "선제적으로 그리고 주체적으로"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해 아무쪼록 개혁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산파역으로서의 그 역할을 수행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민의 왜곡의 현 선거제 대신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 채택해야

주변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선거제도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기 다시 부연하고자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에서는 유권자가 1인 2표를 행사하는데, 한 표는 지역구 의원, 한 표는 정당에 기표한다. 그리해 지역구 선거의 정당별 득표수에 의해 정당별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우리와 달리, 총 의석 배분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당선자 결정 방식은 먼저 지역구에서 선출하고 나머지 의석은 비례대표로 채운다.

이러한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장점은 정당지지율이 곧바로 의석수로 나타나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가장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소수정당의 장내 진입이 보다 용이하게 된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나라 방식은 지역에 토대를 둔 거대 여당과 야당이 다른 정당들의 장내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가운데 유권자들에게 오직 거대 여당과 야당만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 투표' 혹은 '강제 투표'로 귀결된다.

한편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유권자가 정당을 선택하는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정당들이 정책 정당으로의 발전을 지향하게 됨으로써 건전한 정당 정치의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

선거제 개혁과 시민의회론, 국회 개혁과 결합돼 연대하고 집중돼야

현재 국회 개혁을 지향하는 운동이라는 큰 범주로 볼 때, 선거제 개혁 운동을 실천하는 그룹을 비롯해 시민의회를 추진하는 그룹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각 그룹의 운동은 국회 개혁이라는 과제와는 거리를 두고서 각기 분산돼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국회 개혁은 난제 중의 난제로서 반드시 관련 역량이 총 결집돼야만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각 운동들은 국회 개혁이라는 과제와 병행해 실천되고 상호 연대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중적 이슈로 발전하기 위해서 '그린피스'처럼 다양한 형식의 운동 방식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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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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