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운명 짊어질 각오"…내주초 출마선언ㆍ최명길 동반탈당

"상황이 여기까지 나를 끌고 와…도망갈 수 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대권도전 결심을 굳히고 다음주께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탈당과 맞물려 김 전 대표의 측근인 민주당 최명길(서울 송파을) 의원은 이르면 29일 탈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의 출마 결심에 따라 이번 조기대선 판을 흔들 마지막 변수로 꼽히는 '비문(비문재인) 단일화'의 향배가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개인 사무실에서 일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과 면담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출마 여부를 묻자 "내가 오래전서부터 기다려보라고 그러지 않았느냐"며 "사실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생각도 해보지 않은 사람인데 상황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어쩔 수 없이 도망을 갈 수 없고 해서 여기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게 주어진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고 갈 각오를 하고 있으니 더는 다른 이야기는 물어볼 것도 없다"며 "내가 언젠가 순교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한 "내가 조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핸디캡"이라면서도 "난 이번 선거가 당 대 당 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대 사람(의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출마 시점에 대해선 "길게 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출마 결심을 굳혔으며, 출마선언은 세월호 인양 문제 때문에 다소 늦춰졌지만, 다음 주 초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단계가 단일화 작업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단일화하자는 게 아니다"라면서 "단일화 작업을 원만히 끝내야 공동정부가 가능한 것이다. 그게 아니면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순교'라는 표현의 의미에 대해선 "내가 희생을 해야될 것 아니냐. 몸을 다 던져야 하니깐 각오를 해야지…"라며 "순교라는 게 죽는 것이잖느냐. 그거(비문 단일화)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갖겠다는 생각을 하면 다음 정부를 이끌 수가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권력을 나눠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갈기갈기 찢긴 대한민국을 회복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현 유권자 분포에 대해 "마음 둘 곳을 못찾고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이 엄청나게 많다고 본다. 40% 이상이 부동층이라고 보면 된다. 그 사람들이 정권을 창출하는 데 있어 핵"이라며 "그 사람들은 중도, 보수, 진보 그런 게 아니라 비판적 합리주의자들이라고 보면 된다. 나라를 잘 되게 할 사람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확인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말이 경선이지 사전에 이미 다 예측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하나의 프로세스에 불과한 것인데 호남에서만 나타나는 기본적 성향을 갖고 마치 열기가 대단한 것 처럼 한 것 아니냐"며 "호남의 유권자가 10%밖에 안되는데 그것만 가지고 대통령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철수 전 대표측이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 구도를 부각하는 데 대해 "본인들이야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 뭐…"라며 "그 사람들이 온통 호남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에 마치 호남에서 굉장히 무슨 큰 흥분된 상태에 놓여있는데 오늘 부산은 냉랭하다고 하더라. 전국적으로 보면 냉랭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대해선 "자강론이라는 것은 호남 유권자들을 상대로 이야기한 것이고 부산 등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 맥이 쏙 빠질 것"이라며 "리더가 될 사람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명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추구하는 바에 공감하고 만들려는 나라가 뭔지 알기 때문에 함께 하기로 했다"며 "결심을 굳혔으며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거쳐 금명간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적폐 중 적폐가 제왕적 대통령인데, 그걸 놔두고 무슨 적폐를 청산한다는 말이냐"며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겨냥한 뒤 "다행히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높고 집권도 유력한 상태이니만큼 떠나는 마음이 무겁기 보다는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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