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율 떨어지는 속도 역대 가장 빨라"

취임 두 달 만에 36% 곤두박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만에 최저 지지율을 경신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취임 이후 이렇게 빨리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지난 24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26일까지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이는 열흘 전 해당 업체가 발표했던 최저치 37%보다 1% 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7%로 상승했다. (표본오차 ±3.0%)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는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건강 보험 '오바마 케어'를 대체하려는 시도가 좌절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가 시작된 24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를 대체할 '트럼프 케어'를 하원 표결에 상정하려 했다가 실패한 날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케어'의 통과를 위해 공화당 내 소속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으나 당내 강경 보수파와 일부 온건파 모두에게 퇴짜를 맞았다. 하원 통과가 불확실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입법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내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후보 시절부터 의문시됐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를 입법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큰 패배를 맛봤다"면서 "여론조사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36%의 낮은 지지율이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해리 트루먼, 린든 존손, 리처드 닉슨,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시 부시 등의 전임 대통령들은 지지율 35% 또는 이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적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는 전직 대통령들보다 확실히 (지지율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152일 만에 37% 지지율을 기록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취임 137일 만에 37%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록은 트럼프에 비하면 그 속도가 2배 정도 느린 셈이다.

또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한 지 992일이 지나서야 최저 지지율 41%를 기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최저 지지율이 25%까지 떨어진 적이 있으나 이는 퇴임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간 시점은 취임한 지 1730일이 지나서였고, 당시 지지율은 39%였다.

이에 벌써 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본인의 핵심 대선 공약인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고 오바마 케어도 대체하지 못하면서 당장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허위 주장으로 드러나면서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측근을 비롯해 본인의 선거 캠프 인사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살아있는 실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워싱턴(기존 정치권)의 변화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가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믿고"있지만 "건강 보험 법안(트럼프 케어)의 실패는 이러한 두 가지 믿음을 의문 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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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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