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레이더로 우리를 보고 있다? 진실은…

[정욱식 칼럼] 문제의 본질 벗어난 대응, 위기만 키운다

중국이 신형 레이더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드 논란이 새로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상당수 언론은 중국 매체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 1월 네이멍구(內蒙古)에 초지평선(OTH·Over The Horizon) 레이더를 설치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사드는 반대하는 중국이 사드 레이더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긴 레이더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적반하장에 해당하는 태도라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피상적으로 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신중하게 봐야 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초지평선(OTH) 레이더의 용도와 탐지 범위이다. 일반적인 레이더의 전파는 전리층을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고고도 탐지에는 유리하지만 지평선 너머 탐지는 불가능하다.

반면 OTH 레이더의 전파는 고도 80-400km 사이의 전리층에서 반사되어 꺾이기 때문에 지평선 너머에 있는 원거리 탐지에는 유리하지만, 고고도 탐지에는 불리하다. 이러한 특성은 중국 레이더 논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의 근거가 된다.

국내 언론들은 '평면도'를 보여주면서 네이멍구나 이에 앞서 산둥 반도 쪽에 배치된 OTH 레이더가 한반도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OTH 레이더는 근거리용이 아니라 원거리 탐지용이다. 원거리에 있는 상대방의 함정 및 항공기의 움직임, 그리고 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 OTH 레이더의 작동 원리 및 탐지 방식 ⓒ위키피디아

이에 따라 중국이 배치한 OTH 레이더의 용도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 및 주일미군, 그리고 미국의 태평양 사령부 감시용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이러한 정보 자산을 운용 중에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와 중국이 지역적 군사력 균형을 유지해온 셈이다.

이에 반해 미국이 경북 성주에 배치하려는 AN/TPY-2 레이더는 군사력 균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상당수 언론과 국방부에서는 이 레이더가 '종말 모드'로 운용되어 탐지 범위가 800km 안팎에 불과한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측면을 간과한 것이다.

졸저 <사드의 모든 것>에서 자세히 밝힌 것처럼, 미국은 '종말 모드'와 '전진 배치 모드'의 신속한 전환 및 겸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그리고 레이더의 탐지 범위와 관련해서도 미 육군은 최소 1000km 이상이라고 밝혔고, 미사일방어국(MDA) 부소장은 2900km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더구나 성주 레이더는 미국 콜로라도 소재 전략사령부를 비롯해 '지휘통제 및 전투관리 통신(C2BMC)' 시스템을 갖춘 사령부에서 원거리 통제도 가능하다.

또 하나는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성주 레이더는 전진 배치 모드의 '각도'로 운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래 그림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전진 배치 모드의 레이더 각도는 5도 정도이다. 이에 반해 종말 모드의 각도는 훨씬 높다. 그런데 한반도는 종심이 짧기 때문에 성주 레이더는 5도 정도로 운용될 예정이다. 이는 국방부도 밝힌 사항이다. 이에 따라 성주 레이더는 북한의 미사일은 물론이고 중국의 미사일 발사도 조기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 전진 배치 모드와 종말 모드 ⓒ레이시온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중국의 대미 억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는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문제이다. 대만 해협이나 동중국해에서 무력 충돌 발생시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이다.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를 비롯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성주 레이더는 이들 가운데 중국 동북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추적해 그 정보를 일본·주일미군·태평양 사령부에 전달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동아시아 분쟁 발생시 미국의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미국 본토에 대한 억제력에 미칠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MIT 교수와 조지 루이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은 주목할 만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중국에서 미국 본토를 목표로 발사되는 ICBM이 한반도 북쪽 상공을 통과하는 동안 (성주) X-밴드 레이더가 3000㎞ 이상 거리까지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접한 필립 코일 전 미국 국방부 운용시험평가 국장은 "두 학자가 보여준 것처럼 이 시스템은 대중국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성주 레이더는 단순히 중국의 ICBM 탐지 추적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월 미국 태평양 사령부에 다녀온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은 "일본에 배치된 X-밴드 레이더 두 대와 한국에 배치되는 레이더를 통해 삼각측량을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라며, "횡으로 배치된 일본의 레이더 두 대 앞에 한국의 레이더가 더해져 삼각형의 측량 포진을 이루면, 공중에서 날아오는 물체를 더욱 정확히 식별 또는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국방 전문지인 <더디플로맷>(The Diplomat)의 분석은 보다 구체적이다. 이 매체는 "미국이 한국에 세 번째 레이더를 배치하면 미국으로 날아오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정보의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일본 중부-북부-한국 성주로 짜인 삼각형의 레이더 세트는 알래스카에 배치된 MD로 중국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매체는 성주 레이더는 중국의 ICBM을 후방에서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탄두와 기만체를 구별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는 분명 근거가 있다. 물론 나 역시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해왔고,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측에 보복 철회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을 감시하면서 무슨 근거로 사드를 반대할 수 있느냐'는 식의 반발은 문제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러한 선정적인 보도가 주류를 이루면 문제 해결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그만큼 우리의 이익도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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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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