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 제주 상인들 "언제까지 버틸지…"

[언론 네트워크] 사드 보복과 제주·① 최대 상권 바오젠 거리, 매출 감소와 임대료 상승 이중고

지난 3일 중국정부는 자국 주요 여행사에 이번 달 15일부터 한국여행 업무를 정지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한국 여행 금지령'이다. 작년 말 부터 이어지던 사드 배치 논란에 따른 후폭풍이 본격화됐다. 중국인 대상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로서는 치명타다. '제주 관광 위기론'이 불거지는 시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돌파구를 모색해본다.

▲ 한반도에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부가 배치된 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의 모습. 평소보다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다. ⓒ제주의소리

꽃샘추위가 절정에 다다른 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도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한국에 들어온 첫날이다.

바오젠거리에서 10년째 영업을 이어온 한 상인을 만나 사드 여파를 물었다. 커피 한 모금을 넘긴 상인은 2011년 바오젠거리 이름이 붙여진 이후 상권의 흐름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그땐 좋았지. 대형버스가 줄지어 거리 안쪽까지 들어섰어. 버스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우르르. 가게마다 발 디딜 틈이 없었지. 중국인 거리가 된 것이 그때부터야. 6년 전."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은 2011년 7월5일 제주시 연동 7길 '차없는 거리'의 명칭을 '바오젠거리'로 바꿨다. 외국 회사 이름을 따 명예도로명을 지정한 것은 바오젠이 처음이었다.

중국의 바오젠일용품유한공사가 그해 1만1000여명의 직원들을 인센티브 관광 목적으로 제주에 보낸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가게마다 활황이었지. 처음에는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이었지만 이후 여행사에서 모객한 저가 관광 여행객들이 주를 이뤘지. 이제는 개별관광객으로 패턴이 바뀌었어. 중간에는 메르스 사태로 고비도 있었는데 잘 넘겼지. 근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어."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이 이뤄지면서 제주 관광이 직격탄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바이오젠거리에서 4년째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상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매출하락에 임대료 인상 걱정까지 하소연이 이어졌다.

"사드 얘기는 예전부터 나왔지만 최근 언론보도가 난 이후로 정말 고객이 급격히 줄었어요. 손님의 70%는 중국인인데 매장을 찾는 손님이 끊기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어요. 최근에는 제주공항의 세관 검사까지 강화되면서 다량으로 물건을 구매하던 중국인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어요. 손님만 줄 것이 아니라 판매량까지 줄었어요."

신제주권 최대 상권으로 급부상한 바오젠거리는 이미 수년전부터 임대료 폭탄에 시달렸다. 임차인들은 자고나면 오르는 임대료를 버텨내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제주 상권은 업종에 관계없이 1층은 상가는 연간 5000만원대의 임대료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가게를 대신해 입주하면서 최대 억 단위의 권리금을 내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바오젠거리에 문을 연 한 상인은 투자금 회수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막대한 권리금에 치솟은 임대료, 인건비까지 감당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기존에 음식점이었는데 웃돈(권리금) 정말 많이 주고 들어왔어요. 직전 임차인 얘기로는 몇 년 사이 임대료가 2배나 뛰었다고 하더라고요. 권리금과 인테리어, 임대료까지 정말 투자 많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매출이 줄어들면 정말 버티기 힘들죠."

▲ 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의 모습.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지역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발길을 인근 면세점으로 돌렸다. 제주에서 중국인으로 상대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다는 신라면세점을 찾았다. 양손에 가방을 든 중국인들이 연신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노형오거리를 돌아 롯데면세점으로 향하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인도에 줄지어 서 있던 중국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롯데면세점에서 도로를 건너 남동쪽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 가보니 텅텅 빈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 주차선 안에는 단 한 대의 버스도 없었다. 주차장 정문에는 롯데면세점을 안내하는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다.

롯데면세점도 이번 사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롯데의 부지 제공에 대응해 롯데계열사에 대한 사실상 불매 운동에 들어갔다. 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서 입항한 크루즈 코스타 아틀란티카호의 관광객 1500여명이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80여명만 예정대로 롯데면세점을 찾았고 나머지는 신라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초 1500여명을 태운 버스 40여대가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민간여행사를 통한 버스 2대만 롯데면세점을 찾았고 나머지 국영여행사의 버스는 롯데면세점 방문을 피한 것이다.

7일도 크루즈선을 통해 140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역시 신라면세점을 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평균 4000~5000명에 이르던 중국인 방문객이 3일 중국 여유국의 여행금지령 이후에는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며 "매출 역시 이전과 비교하면 20% 정도 빠지기 시작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도 "아직은 뚜렷한 매출변화가 없지만 15일 이후에는 예측 불가능하다"며 "국가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액 감소와 임대료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상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이 이뤄지면서 제주 관광이 직격탄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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