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중국의 본격적인 사드 보복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 시각) 중국 국가여유국은 베이징 일대에 있는 여행사를 소집, 온‧오프라인에서 한국행 여행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관광뿐만 아니라, 항공권과 호텔만 판매하는 자유여행상품인 이른바 '호텔팩'도 판매 금지 상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조치는 수도인 베이징을 시작으로, 향후 중국 전역에 있는 여행사에 적용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관광 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한 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800만 명 수준이다. 이 중 여행사를 통한 단체 여행객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60%의 개별 여행객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여행사를 통해 한국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를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보면 중국의 이번 조치로 기존 관광객의 60~70%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인원으로 따지면 약 480만~560만 명 정도다.
이에 따라 관광과 숙박, 면세점 등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3일 주가도 내림세로 출발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날 주가가 전날보다 7.12% 하락했다.
또 호텔신라와 롯데쇼핑, 신세계 등 면세점 관련 주들도 4~10% 정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중국 정부로부터 문서화된 지시나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이 나오지는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고 개별 관광객이 늘고있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한국에 대한 중국 제재의 본격적인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수근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군사‧외교‧경제‧문화 분야에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마련했다"며 "앞으로 이보다 더한 조치를 실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우 교수는 "중국은 사드가 자국의 핵심이익인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지극히 현실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한국은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과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이 문제를 수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교수는 "중국도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한미 동맹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중국과 대화 채널을 복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3일 중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면서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는 특정 사안과 무관한 정상적인 인적교류까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불합리한 조치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되는 양 국민 간 인적 교류에 인위적인 장애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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