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 신입생 '입학 포기'에 전학까지…커지는 '국정화' 반발

[언론 네트워크] 신입생, 학부모 교문 앞 시위…시민사회도 '대책위' 결성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등학교(경북 경산시) 신입생들이 새 학기를 앞두고 스스로 입학을 포기하거나 전학을 신청하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다. 또 재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오전 국정화 철회와 연구학교 지정취소를 촉구하는 지역 시민사회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문명고에 입학하는 신입생과 학부모 50여명은 학교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로 문명고에서만 신입생 2명이 전학 또는 입학포기 신청을 했다.

오는 3월 문명고 입학예정이었던 학생의 학부모 김모(48)씨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배우라 할 수 없어 학교에 등록금 반환을 요청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국정교과서 사태 후 학교의 불통·독선적인 문제해결 과정에 실망했다. 저기 계시는 부모님들과 함께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김씨의 자녀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에 응시하기로 했다.

앞서 다른 신입생 1명도 대구 수성구로 전학신청을 했으며 현재 새 학교 배정을 앞두고 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들과 같이 입학포기나 전학 문의를 한 문명고 학부모는 지난주까지 6명에 이른다.

▲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들이 교문 앞에서 국정화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2017.2.27) ⓒ평화뉴스(김지연)

▲ 닫힌 교문 너머로 피켓시위 중인 문명고 신입생, 학부모들(2017.2.27) ⓒ평화뉴스(김지연)

▲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는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2017.2.27) ⓒ평화뉴스(김지연)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문명고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같은날 오전 "상임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 회부 중인 '역사교과서용 도서의 다양성보장에 관한 특별법안(국정교과서 금지법)' 검토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구학교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이날 저녁 7시 신입생 학부모총회에 참석해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에 대한 공동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이준식 교육부장관, 이영우 경북도교육감,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 등에게 이 같은 요구사항과 함께 연구학교 지정철회를 위한 1만4천여명의 온·오프라인 서명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 시민사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전교조대구·경북지부, 민주노총대구·경북본부 등 지역 41개 단체가 참여하는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김명동 김헌주 신현자 엄정애)'는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이사장의 학사 불법개입과 학교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절차 훼손의 문제가 불거졌다"며 "국정교과서 철회와 연구학교 지정취소"를 요구했다.

문명고 국정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국적 사안으로 떠오르자 지역 15개 단체는 대구경북지역 문제로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23일 대책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김태동 문명고 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으며 앞으로 학부모대책위와 함께 학교 안팎에서 국정화 철회·연구학교 취소를 위한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 문명고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대구경북 시민사회 기자회견(2017.2.27) ⓒ평화뉴스(김지연)

▲ "국정교과서 철회"를 문명고, 경북교육청, 교육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가자(2017.2.27) ⓒ평화뉴스(김지연)

김명동 전교조경북지부장은 "후진양성과 사회행복을 위해 힘써야 할 교육주체가 학교와 학생을 사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학생·학부모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모였다. 국정교과서 철회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의 한 역사교사인 한인혁씨도 "학생들에게 오류투성이 졸속교과서를 강요해선 안 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학생들과 학부모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한 경북의 다른 학교와 달리 학교 안팎의 반발에 학생들을 좌파에 선동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반대한 일부 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까지 가하며 국정화 강행을 고수해왔다. 뿐만 아니라 오는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중·고등학교 역사교사 교체, 부교재 사용 등을 검토하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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