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크고 가계 빚도 부담'…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

작년 7월부터 8개월째 현 1.25% 수준 유지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내외 경기 흐름과 금융시장 여건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현재 국내외 정치·경제적 여건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어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속적인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작년 141조원이나 늘면서 사상 최대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금통위원들의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빚 부담이 큰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의 줄도산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정돼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준은 작년 말에 이어 올해도 2∼3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내외금리 차 축소로 이어져 자칫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참석자들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꽤 가까운(fairly soon)" 시일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이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최근 간신히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오는 4월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금통위가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기준금리 조정 카드를 꺼내 들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한국은 현재 환율조작국 지정의 3가지 요건 중 2가지를 충족한 상황이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할 때 한은이 당분간은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고 현 수준에서 묶어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99%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이른바 '4월 위기설'까지 제기될 정도로 국내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이므로 유사시 한은이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모건스탠리가 올해 한국 기준금리가 3차례 인하돼 연 0.5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급증세가 잡히고 미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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