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 미궁으로 빠지나?

"北국적 용의자 평양 도착"…독극물 성분 분석도 난항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피살 사건의 배후 규명이 미궁에 빠져들 조짐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용의자들의 국적을 북한으로 특정함으로써 북한 배후설을 암시했지만, 이를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김정남 살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이미 출국해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져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20일 싱가포르 매체 <채널뉴스아시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북한 국적의 남성 4명은 13일 범행을 저지른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지난 17일 북한 평양으로 돌아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터폴 및 관련국과의 공조를 통해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북한이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의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용의자들에 대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송환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이를 직접 강제할 수단은 없다.

이런 가운데 수사 당국이 체포한 동남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 2명은 "장난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며 범행의 전모를 모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북한 국적자 가운데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에 대한 수사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는 19일 체포된 리정철이 경찰에서 "나는 아니다. 암살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앞서 체포된 여성 용의자들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은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사용한 차량의 소유자였으며 운전기사로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공항 CCTV를 분석한 결과 리정철이 김정남을 암살한 여성 용의자를 공항까지 태워다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리정철 주변 탐문 조사와 통화기록, 출입국 기록, 근무 일지 등도 조사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 역시 범행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단순 가담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체포 당시에도 그는 도주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연행돼 북한 공작원들의 전형적인 태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달아난 북한국적 용의자들인 리지현, 홍종학, 오종길, 리재남도 과거 북한 공작원들의 범행 수법과 달리 '북한 국적' 여권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흔적을 남긴 점도 석연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체포된 리정철과 여성 용의자 2명을 상대로 북한 소행을 입증할 '스모킹 건'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김정남 씨의 사인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범행 수단으로 추정되는 독성물질의 성분 규명이 관심사다.

리정철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독성물질 규명에 실패할 경우 김정철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발표 이후 북한 소행을 단정한 상태라서 사건이 미궁에 빠져도 외교적, 국내정치적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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