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당사를 잇달아 방문해 각 당의 대표 등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양당에 모두 전날 제안한 '개헌 추진 협의체'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에 화답함과 동시에 반 전 총장에게 '진영 결정'을 요청했다.
보수인지 진보인지 밝히라는 요구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한 대화에서 "입당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우선 방문했다.
반 전 총장과 만난 인 비대위원장은 곧장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진보냐 보수냐 묻는데, 반 전 총장님은 뭐라고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사람들을 보수냐 진보냐 양쪽으로 놓고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국내도 그렇지만 국제 사회가 진영 논리로 가는 것보다, 사안에 따라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대화 주제로 곧장 개헌으로 몰았다.
그는 "개헌에 동의하는 정파 정당이 모여서 개헌을 구상하고 동력을 모으자"며 "인 위원장과 새누리당에서 적극 참여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하던 주장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인 비대위원장은 "문제는 절차"라며 "저를 가리켜 보수주의자라고도 하고 진보주의자라고도 하는데 저는 최근에 주의를 바꿨다. '낙상 주의'로. 나이가 들면 미끄러져서 낙상하면 (크게 다친다.) 그러니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다"는 말도 남겼다.
반 전 총장의 '집'이 되어줄 수 있는 새누리당에서 대선을 치를 것을 에둘러 제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도 "한겨울에 왜 집 놔두고 텐트 치러 다니시느냐"며 "그냥 편안한 집에 계시면 될 텐데"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과 2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한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는 선택"이라며 "우리랑 대동소이한테 (반 전 총장이) 진영 결정을 미룰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새누리당사를 떠나 국회대로 맞은편에 있는 바른정당 당사를 바로 찾았다.
반 전 총장을 만난 정병국 대표는 "그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 동안 쌓아오신 경험이 우리나라에서 의미 있게 활용이 됐으면 좋겠다"며 환영했다.
반 전 총장은 정 대표 등에게 "최근 일어난 나쁜 정치로 국민이 분노하고 좌절했다"며 "기존 정치 지도자 여러분이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과 정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20분가량 비공개로 회동했으며, 정 대표와 반 전 총장 모두 "입당과 관련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 등은 반 전 총장에게 입당해 당내 경선을 치를 것을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바른정당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과도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유 의원은 반 전 총장에게 "요즘 고생이 많으시다"며 당사 방문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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