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승철 "靑이 언론 인터뷰 시켰다. 부인하라고"

최순실 공판 첫 증인 신문..."최순실 재단 모금, 청와대가 시키니까 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과 관련 "청와대에서 하라고 하는 거니까 그냥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최순실 등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공판기일 4회째를 맞은 19일 본격적인 증인 신문에 들어갔다. 검찰 측 첫 증인으로 나선 이 부회장은 양 재단에 대한 주요 기업들의 모금은 자발적 모금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경련 소속 16개 기업은 최순실 씨가 설립과 운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486억 원, 288억 원을 출연했다.

이 부회장은 재단 설립 모금에 대한 지시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검찰 측은 "검찰 조사 당시 안종범 지시에 따라 '명의만 전경련으로 해서 출연금을 모금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게 맞느냐"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경련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게 아니라 안종범 지시로 한 거라고 말 한 것도 사실이냐"고 물었고,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출연금 규모 또한 안 전 수석이 직접 정해줬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이 뭐라고 하면서 재단을 만들라고 했느냐" 하는 질문에는 "'VIP(대통령)가 주요 그룹 회장에게 말해 문화, 체육 재단을 각각 한 개씩 만들기로 이야기가 다 되었다. 규모는 300억 정도다. 한 번 확인해보고 설립 준비하라'는 취지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목적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류 문화 확산 정도로 들었고. 다른 구체적인 것은 잘 몰랐지만 청와대에서 하라고 하는 거니까 그냥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이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에 맞춰 우리나라와 중국 문화재단이 양해각서를 체결해 공동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을 서두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르재단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실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인들에게 매우 어려운 존재'라고 진술했다. "인허가, 세무조사 등 경제수석이 경제계 좌지우지 권한 굉장히 크기 때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안 전 수석의 지시가 곧 대통령의 지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돈 내라는 지시를) 거부할 기업은 거의 대부분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누구는 냈는데 난 안 냈다, 이런 게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전경련 부회장 "청와대 개입 부인하는 인터뷰도 청와대가 시켰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지난해 9월 양 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 개입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는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은 전경련과 기업들이 주도해 설립됐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자발적 모금이 아니라 청와대에 의한 강제 모금이었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그는 이날 과거 '청와대 개입'을 부인했던 인터뷰 또한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사건이 한참 언론에 보도될 때 안종범 수석이 저에게 전화해서 공식 입장을 기자간담회 통해서 밝혀달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는 "내부 검토 결과, 사실이 아닌 것을 기자간담회까지 하는 것은 곤란해서 인터뷰 정도 하자고 해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실제로 했다"고 했다.

이어 "그 때부터 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전경련 해체'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면목이 없었다"며 "매일같이 보도되는데, 저희도 모르는 보도도 나와서 '이렇게 엄청난 일이었나' 하는 두려움 있었다. 이렇게 다 보도되는데 (입을) 막는다고 막히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이미 문화체육관광부나 우리 직원이 이미 이야기해서 저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사실을 실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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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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