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제재' 중국의 '속사정'을 알아야 한다

[기고] 중국도 사드 모순, 한중 관계 해법은 '대화'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점차 냉담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사드 도입 결정 당시, 필자는 중국의 경제 제재 조치 등과 관련하여 "중국은 폭풍우 내리듯 강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직선적인' 미국과 다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은근하게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상대의 반응을 보며 강도를 조절하는 '곡선적인' 모습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 현재 중국은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고 이로 인해 한중 관계 또한 점점 더 경색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로 인한 한중 관계의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모순' 속에 놓여 있다. 이는 중국 당국자들의 "사실 우리가 한국에 제재조치를 취해서 얻는 게 무엇이 있는가? 그로 인해 한중 관계만 오히려 더 악화만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사정을 한국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는 하소연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한중 양국 모두 원치 않는 관계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사드, "현재 한중 관계의 유일한 장애물"이 되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없는 것일까?

1월 초에 며칠간 일본을 방문하였다. 당시 일본 게이오 대학 대학원 유학 중일 때 알게 된, 지금은 국제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지인들로부터 사드와 관련된 일본의 또 다른 관점 등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에 의하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주목적은 다음과 같은 3가지에 있다.

첫째,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을 향한 미사일 방어의 화룡점정이다. 즉, 아시아에서 미국을 향해 오는 미사일 중 저고도 미사일의 경우는 일본에 있는 제반 저고도 미사일 반격 시스템으로 대응하고, 중고도 미사일의 경우는 이지스함 발사형 반격시스템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고고도 미사일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응 시스템이 없었는데 이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미국을 타깃으로 한 미사일에 대해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의 사드 배치는 러시아 미사일에 대한 동서양으로부터의 포위전략 강화 차원의 일환이다. 미국은 동유럽에서는 루마니아 남부와 폴란드 북부 등에 있는 미사일 반격 시스템 등으로 러시아 미사일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동북아 지역에서는 대응 시스템이 부실했다. 그런데 이제 일본에 더해 한국에도 대응 시스템을 갖추면서 러시아 포위 전략을 한층 더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는 나날이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라는 목적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목적이 있지만, 그들은 필자에게 "사드의 한국 방어는 사실상 거의 무용지물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번 보라, 만약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려 할 때는 주로 장거리포나 저고도 미사일 등을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사드는 이들 무기들에 대한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은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며칠 후면 '미국 국익 우선(America First)'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의 미국이 시작된다. 그의 집권은 곧 2차 대전 이후 지속되어 온 외교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현재 일본에서는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한 현행 일본의 국가안보 전략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지난 2015년 2월 4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창 부장은 이날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AP=연합뉴스

그로부터 며칠 뒤인 1월 중순, 중국 상하이에서 호형호제하며 15년 이상을 함께 지내고 있는 중국인 지인들과 신년 맞이 식사를 했다. 이들은 중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하지만 각각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공산당 간부들과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의 고위 간부이다.

이 자리에서 한 친구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사드가 과연 한국의 국가안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의 국가안보에 어느 정도라도 도움이 된다면 중국도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정말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서 다른 한 친구가 "중국의 국가안보가 중요하듯이 한국의 국가안보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드가 정말 한국의 국가안보에 현실적으로 얼마나 기여할 수 있나? 한국은 그로 인해 다방면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가 과연 한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뒤를 이어 사회과학원의 간부가 "한국에서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열병식에 참가하는 등 중국에 대해 많은 정성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중국의 반응은 그에 미치지 못해 섭섭해 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 또한 한국 못지않게 박 대통령과 한국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열병식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박 대통령을 모셨고, 또 박 대통령과의 여러 관계를 고려하여 김정은을 결국 초대하지 않은 것도 그만큼 한국에 대한 정성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이처럼 친근했던 한중 관계가 한국에도 중국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드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니 너무나도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럴 때 일수록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월 초에 방중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한 국회의원단과의 만남에 대해 언급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이징에 머무는 등, "중국통 정치인"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는 송영길 의원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솔직한 심경도 토로하였으니 이제 한국 정부도 사드로 인한 한중 관계의 악화를 전혀 바라지 않는 자신들의 심정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지인들은 트럼프에 대해 "미국의 국익과 반(反)하는 외교를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당선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본의 외교 행태에 대해 근본적으로 검토하라는 신호탄"이라던가, "국가안보에 대해서도 더 늦기 전에 자주국방에 착수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의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와 아시아의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들 또한 그러한 미국을 우려하며 미국과의 거리 두기 전략 또한 이미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과는 반대로 미국 의존을 오히려 더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에 반하면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에 대해서조차 장벽 설치를 주저하지 않고, 그동안 국제사회에 대해 공언해 왔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의 탈퇴 역시 서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러한 그가 "오매불망 미국"이라는 철지난 20세기적 접근을 더 강화하려는, 저 멀리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으로 보답해 줄까? 세계는 경험한 적 없는 미지의 격변 속으로 들어가며 소용돌이치려 하는데 변함없이 20세기 외교를 추종하고 있는 것이 과연 21세기 중견 국가인 대한민국의 최선의 외교전략이라 할 수 있을까?

중국은 우리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정작 이같은 상황을 답답해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동시에 대화 등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바라고 있다. 중국은 체면을 중시하며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나라다. 중국은 한국이 이미 사드 배치를 결정했고 이를 철회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중국이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빗장을 걸어 닫은 채 "닫힌 외교"를 고집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워 대화조차 못하는 것일까? 사실, 한중 양국 관계를 냉정하게 고려할 때,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나 외교 분야 등, 전방위적 측면에서 잃을 것이 훨씬 더 많은 곳은 다름 아닌 우리다. 그리고 그것이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닫힌 외교를 고집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진지한 대화를 통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상태를 다소나마 개선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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