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요구를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로비' 기능을 유지하려 한다. 정경유착 비리의 가능성을 끊지 않겠다는 뜻이다.
4일 일부 대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전경련이 준비하는 쇄신 안은 미국의 경제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모델로 삼는다.
전경련은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냈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에 다양한 이권을 요청했다. 사실상 뇌물인 셈이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들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를 약속했다.
전경련, '싱크탱크' 아닌 '경제단체' 전환으로 가닥
이에 따라 전경련은 '싱크탱크 전환' 등을 검토했었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전환 방안은, 현 전경련 조직이 쇄신 이후엔 연구 기능만 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모델로 삼은 쇄신 방안은 경제단체 성격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1972년 설립된 미국의 대기업 이익단체다. 로비 자금 규모 10위 권에 든다.
실제로 전경련 관계자들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주목한 이유 역시 "최고 경영자들의 친목 도모 및 대정부 로비 기능"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정경유착 때문에 해체 압력 받는 전경련이 로비 계속하겠다?
정경유착 때문에 해체 압력을 받고 있는 전경련이, 로비 기능을 유지하려는 데 대해 비판이 잇따른다. 경제개혁연대는 4일 논평을 통해 "전경련이 어떤 형식으로든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은 현 전경련의 이름만 바꾸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전경련 스스로 환골탈태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더 이상 쇄신 논의를 진행하지 말고 즉각 해산 절차를 밟아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전경련이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처럼 로비 기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이 단체는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이유로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로비스트를 사전 등록케 하고 로비 활동 내역이나 소요 자금 등을 모두 사후 공개하도록 하는 미국의 로비스트법과 같은 전제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계(대기업)를 대변하는 기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정경유착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 등 주요 재벌 총수 탈퇴 선언에도 왜?
전경련은 오는 12일 정기 회장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쇄신 안 논의도 이날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SK, LG, KT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으므로, 이날 회의 참가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등 주요 재벌 총수가 탈퇴 선언을 했음에도, 전경련이 로비 기능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유가 뭘까.
"회비 수입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정부를 상대하는 경제단체'라는 명목이 있어야, '회원사 구조'가 유지된다. 그래야 안정적인 '회비 수입'이 생긴다. 한때 유력했던 '싱크탱크 전환 방안'이 구현되면, 대기업의 기부에 주로 의지하는 구조가 된다. 전경련 안에서 '한국은 기부 문화가 취약하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회비 수입'이 끊기는 데 대한 불안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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