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실명제 거부'에 靑 '편법 홍보' 강행

"애초에 대상은 외국인…문제될 것 없다"

유튜브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를 사실상 거부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례 라디오 연설을 유튜브를 통해 계속 홍보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유튜브는 "본인확인제 관련 법률로 인해 한국 국가 설정에 한해 동영상·댓글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다른 국가 선택시에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이외의 국가 설정을 할때에는 본인 확인 없이도 동영상과 댓글을 올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상시 그대로 서비스" vs "웃지 못할 코미디"

그러나 청와대 측은 일단 유튜브를 통한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홍보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측은 "유튜브에 게시된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인터넷 연설의 경우 처음부터 국내가 대상이 아닌, 해외홍보를 목적으로 개설되었기 때문에 노출 대상은 '국내'의 유튜브 사용자가 아닌 '전세계'의 네티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연설은 유튜브의 이번 조치와 관계 없이 평상시와 같이 업로드해 전세계에 배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튜브 내 청와대의 공식채널인 'PresidentMBLee'에는 국가가 여전히 '한국'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 청와대의 '유튜브' 공식 채널인 'PresidentMBLee'. 국가 항목에 '한국'이라고 명시돼 있다. ⓒ프레시안
"정부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가 일종의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라디오 연설 홍보를 계속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 유튜브 측이 실명제 확대에 대한 거부방침을 밝히기 전부터 이미 청와대 측은 '한국'이 아니라 'world-wide' 항목을 통해 동영상을 제공해 왔다는 점도 애써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 국가 설정을 '한국'이 아니라 'world-wide'로 해 온 만큼,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존에 동영상을 올리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해명이었다.

"MB정권이 IT강국 대한민국 명성에 먹칠"

하지만 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정치학과의 송경재 교수는 YTN 라디오 <강선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며 "한 나라 대통령의 연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지정돼 서비스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에선 이를 아예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언론 통제' 사례의 하나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실명제 확대정책 자체가 인터넷에 대한 '재갈 물리기' 차원이라는 지적이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도 유튜브가 한국 정부의 실명제 확대방침을 거부하고 나선 대목을 언급하면서 "최근 미국 전문잡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가 '인터넷을 검열하는 국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을 지목했다"며 "이명박 정권이 IT 경쟁력에서 최고였던 대한민국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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