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섬세한 복지를 실현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서울시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

한국은 복지비 지출이 국내 총생산(GDP) 10% 내외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 가깝다. '저부담 저복지'의 나라이다. 그만큼 복지의 안전망이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빈곤 문제가 종종 자살 문제로 이어진다. 생계형 자살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전에도, 이후로도 지속되고 있다.

중앙 정부 복지 전달 체계, 인력과 민관 협력 부족

중앙 정부가 빈약한 복지 안전망을 내버려두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사무소 시범 사업(1995~1998년), 사회복지사무소 시범 사업(2004~2006년) 등 수차례 사회복지 전달 체계가 개편되었다. 하지만 시범 사업에 머물렀다. 보건복지사무소 시범 사업의 경우, 궁극적인 목표였던 보건복지 연계 서비스 제공의 효과가 낮았다. 이후 주민 생활 지원 서비스 개편 사업(2006~2009년)도 진행되었으나, 전문성을 갖춘 인력 부족과 민관 협력의 부재 문제가 제기되었다.

최근 중앙 정부는 '국민 중심의 맞춤형 복지 전달 체계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동 주민센터의 '복지 허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복지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발굴·상담하고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는 민간 자원도 폭 넓게 활용하여 지원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편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강하다. 조직과 인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선 전달 체계 개편에서 한계로 지적되었던, 전문성을 갖춘 인력 부족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 이슈&포커스> 최근호(2015.11.21)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583개 동주민센터) 맞춤형 복지팀의 담당 공무원은 1936명으로 1개 주민센터당 평균 3.3명 수준이다. 이는 2016년 6월 기준(350개 동주민센터) 1082명, 1개 주민센터 평균 3.09명보다 다소 증가한 수준이다. 새로운 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이를 실행할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안정적 인력 확보에서 시작

서울시도 2015년부터 기존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로 전환하여, 복지와 마을이 중심이 된 전달 체계로 개편하고 있다. 이 정책은 중앙 정부의 사업과 얼핏 유사해 보이는데, 찾아가는 복지와 종합적인 복지 지원 체계(공공 사례 관리) 그리고 '복지 생태계'로 표현되는 주민 참여에 의한 지원 체계를 강조한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앙 정부와 달리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로 전환된 동 주민센터에 신규로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을 4명 내외, 방문 간호사도 1명씩 배치했다. 마을 공동체 사업을 시행하는 일부 동에서는 마을사업 전문가도 배치하였다. 2015년~2016년(18개 자치구, 283개동) 사이 새롭게 배치된 인력만 총 1335명이고 투입된 인건비는 380억 원이 넘는다.

▲ 방문 간호사가 서울 시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이뿐만 아니라, 사업의 성격도 차이가 있다. 첫째, 중앙 정부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복지 대상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서울시의 '찾아가는 복지'는 모든 취약 계층이 방문 대상이다. 보편 대상인 만 65세 도래 노인, 출산 가정도 방문한다.

방문 서비스의 내용도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사회복지사뿐만 아니라 방문 간호사도 동행한다. 만 65세 도래 노인 방문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복지사는 기초연금을 안내하고, 복지, 고용, 사회 활동 참여에 대한 욕구 등을 확인하고 필요시 관련 서비스 제공 및 기관에 연계한다. 방문 간호사는 건강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집중 관리군, 정기 관리군, 자기 역량 지원군으로 분류한 후 개입한다. 집중 관리군의 경우, 1∼2주에 1회 집중 관리를 수행한다.

둘째, 서울시는 공공 사례 관리의 역할로 생존권 보장을 지향하고 있다. 공공 사례 관리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삶에 필요한 서비스와 급여 등을 제공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 정부 차원의 공적 급여 및 복지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예컨대 대표적인 공적 급여 지원 체계로 서울형 공적 부조인 '서울형 기초 보장'과 '서울형 긴급 복지'가 있다. 서울형 기초 보장은 소득 평가액이 중위 소득 40% 이하이고 재산 기준이 1억3500만 원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부양 의무자의 소득 기준으로 탈락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득 기준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비교해 대폭 완화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부양 의무자 소득 기준은 240만4750원(1인 가구 기준)이지만, 서울형은 435만6304원(1인 가구 기준)이다. 이런 기준에 충족할 경우, 4인 가구 기준 최대 40만1158원의 생계 급여를 지원한다.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으로는 서울형 긴급 복지가 있다. 지원 대상은 소득이 중위 소득 75% 이하(1인기준 121만8623원)이고, 재산이 1억8900만 원 이하인 사람이다. 이는 중앙 정부의 긴급 복지 재산 기준 1억3500만 원을 완화한 것이다. 지원 금액은 2인 이상 가구 기준 50만 원 이내이다. 현물 지원이 원칙이나, 현금 지원도 가능하다. 지원 시 대상과 항목을 가능한 제한하지 않고, 동 주민센터 공무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

주민 관계망이 형성되는 복지 생태계 추진

셋째, 서울시 정책은 민간 자원 활용을 위한 사업이 아닌, '복지 생태계' 사업을 진행한다. 즉, 복지'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공동체의 핵심 키워드는 '주민 주도'와 '호혜(互惠)'다. 이러한 기조 하에 주민이 스스로 돕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단순히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람이 자원이 될 수 있겠는가? 복지 생태계 사업은 복지국가의 빈틈인 주민 간 관계망의 형성 및 촉진에 주목한다.

주민 관계망 형성 사업의 대표적 브랜드 사업이 우리동네 '나눔이웃'이다. 나눔이웃은 지역 안에서 나눔 활동을 하는 주민 모임이다. 어려운 이웃을 찾고 돌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주목할 점은, 이런 활동을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한다는 점이다. 또한 돌봄을 받는 대상, 즉 복지 대상자를 나눔 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수행 여건을 판단 후, 86개 동 주민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확충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복지의 권리와 의무 주체로 커갈 수 있어야 한다. 복지 생태계 사업이 복지국가로 향해 가는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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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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