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밥집, 사람과 사람을 엮다

[살림이야기] 주민협동조합 '방아골사람들'

서울 도봉산 자락 어느 마을에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마을밥집이 있다. 반찬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예닐곱 가지의 풍성한 반찬에 국과 밥을 내는 마을밥집. 이 마을밥집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도봉구 방학2동 마을커뮤니티 활동을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 방아골사람들'(방아골사람들)이다.

오랜 이웃 관계 돈독한 마을

방아골사람들이 활동하는 곳은 방학2동을 네 군데로 나누어 A구역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480세대가 거주한다. 북한산국립공원 구역 안에 있어 개발이 제한되고 용적률이 낮아 아파트가 한 채도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30~40년 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많아 이웃 관계가 돈독하고, 젊은 세대보다 어르신들 비중이 높다. 그러나 낡고 오래된 건물과 골목 등 주거 환경이 좋지 않은 게 흠이었다. 다행히 2011년 서울시의 주민참여형주거재생사업 지역으로 선정되어 마을을 새롭게 바꿀 기회가 생겼다. 2012년 5월에 방아골 주민공동체위원회가 구성되어 마을 길 환경 개선과 CCTV 설치 등 주거재생사업을 이끌었다.

2014년에는 서울시 지원으로 방아골 마을회관 '꿈 빚는 마을 방아골'을 새로 짓고 주민공동체위원회가 운영을 맡았다. 주민공동체위원회는 공간 임대료 외에 나머지 운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스러웠다. 의견을 모은 것은 밥집 운영이었다. 주민들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마을에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마을회관 완공 전에 근처 복지관 지하 공간을 얻어 밥집을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의 입소문 덕에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 "계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마을회관이 완공되자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아골사람들은 마을밥집을 계기로 창립했다. 마을회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을밥집을 통해 마련하려니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법인이 필요했다. 2014년 5월 도봉구 공무원들을 포함하여 마을 주민 68명이 출자하여 협동조합을 세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4년 9월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

▲ 서울 방학2동 마을회관을 운영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 사업으로 시작한 '마을밥상'은 돈만 버는 사업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아 밥을 나누고 관계를 엮는 공간이 되었다. ⓒ살림이야기(우미숙)

마을밥집 수익으로 마을회관 운영


방아골사람들은 주민공동체 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했고, 협동조합 이사회에서 마을사업과 마을회관, 마을밥집 운영과 관련해 논의하고 집행한다. 마을회관 '꿈 빚는 마을 방아골'에는 작은도서관(2층), 마을극장(지하), 마을밥집(1층)이 있다. 작은도서관은 주로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방아골의 재능 있는 여성들이 적은 강사료를 받거나 재능 기부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마을 반상회나 작은 모임의 회의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관리비 명목으로 시간당 5000원의 사용료를 받는다.

마을극장은 올해 11월 5일에 문을 열었다. 도봉구청에서 시설비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창고로 쓰던 지하 공간을 극장으로 꾸몄다. 어린이 영화상영,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난타 공연팀의 연습, 회의, 행사 등을 한다. 시간당 5000원의 사용료를 받는다.

마을밥집은 마을회관 운영을 위해 시작한 수익 사업이지만, 돈만 버는 사업은 아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나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싶은 마을 사람들에게 소중한 곳이다. 밥집을 찾는 이들 가운데 80%가 마을 사람이고 나머지는 외부 단체 손님이다. 음식값은 가정식 뷔페가 5000원, 특별 메뉴는 7000~1만 원 정도다. 이용자는 하루 평균 80명, 하루 매출이 40~50만 원 정도 된다. 지난 3년간 이익이 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이익이 났다.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마을회관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는 정도다. 중간에 한번 밥집 운영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다. 이때 직원들이 "3개월간 급여를 받지 않을 테니 힘을 내 보자"며 강한 의지를 보여 계속할 수 있었고, 6개월 뒤에는 안정을 찾았다.

식재료는 국산을 원칙으로 하되, 마을의 재래시장과 직접 운영하는 텃밭에서 조달한다. 김치와 장류는 직접 담근다. 여기에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법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집밥보다 더 편하게 마을밥집의 밥을 찾게 되었다. 매일 식단을 달리하고 반찬이 풍성하다. 마을밥집은 매일 오후 3~4시 점심시간을 마치고 남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포장해 마을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보낸다. 행사나 큰 규모의 회의 식사용으로 도시락 배달도 한다.

조합원은 현재 44명, 임원은 이사장과 감사, 간사까지 11명이다. 이들은 주민공동체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이사들은 각각 홍보·회계·교육 프로그램·잔디밭 관리 등 활동 영역을 나누어 맡는데, 그 외에 다양한 자원 활동에 참여한다. 직원은 모두 4명으로, 주민공동체위원회와 관련하여 상근 간사가 1명 있으며, 마을밥집은 상근자 1명과 시간제 근무자 2명이 맡아 운영한다.

방아골사람들은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다 보니 조합원 총회나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지 못하다. "해마다 총회 한 번 치르는 게 무척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그동안 총회 참석률이 가장 떨어지는 공무원들을 후원자로 전환했다.

그동안 수익이 나지 않아 조합원 배당을 못 했다. 대신 조합원에게 마을밥집 식사권 2장씩을 지급했다. 배당을 대신하는 것이지만 밥집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들러 밥을 함께 나누자는 뜻이 있었다.

▲ 마을밥집 이용자의 80%는 마을 사람들. 5000원이면 국산 식재료와 천연 조미료로 푸짐하게 차린 가정식 뷔페를 한 끼 먹을 수 있다. ⓒ살림이야기(우미숙)

▲ 매달 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잔치를 연다. 마을밥집에서 만든 음식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이 재능을 발휘한 제품을 판매하며, 함께 어울려 문화 공연을 펼친다. ⓒ방아골사람들

티 나지 않아도 꾸준한 마을 활동


"마을 사람들이 만나고 배우고 음식을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방아골사람들 김정숙 이사장(주민공동체위원회장 겸임)은 마을회관에 거는 기대가 소박하다.

마을회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들은 월 100여 명. 반복해서 오는 사람을 포함해도 적지 않은 수다. 이제 이곳은 마을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협동조합의 역할이 컸다. 매달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밥집 음식을 나누고 재능을 발휘한 제품을 판매하고 함께 어울려 문화 공연을 펼치는 마을잔치를 연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 식사 제공이나 일자리 만들기 등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아도 꾸준히 주민과 지역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 왔다. 그러하기에 마을 사람들과 철마다 김장이나 고추장, 된장을 함께 담그고 텃밭에 열린 오이를 따 나눠 먹기도 하는 마을 활동을 꿈꾼다.

주민참여형주거재생사업에서 시작한 마을커뮤니티 활동과 협동조합.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을은 사람과 사람으로 엮인 그물망과 같다. 여기서 그물을 엮어내는 코바늘 역할을 방아골사람들이 한다.

방아골사람들 마을밥집
주소 :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15라길 31
문의 : 02-954-2291
전자우편 : sketch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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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이야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우리나라 대표 생협 한살림과 함께 '생명 존중, 인간 중심'의 정신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1986년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열면서 싹을 틔워, 1988년 협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 1989년 '한살림모임'을 결성하고 <한살림선언>을 발표하면서 생명의 세계관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살림은 계간지 <모심과 살림>과 월간지 <살림이야기>를 통해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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