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대표는 1일 김무성 전 대표와의 독대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예정대로 탄핵안을 발의하자는 방침을 정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우리 당은 헌법재판소장 임기 전 탄핵 심판을 위해 2일에 의결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대통령이 버티는 이 시점에는 탄핵으로 하루 빨리 끌어내리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11월 2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박근혜계 참여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탄핵을 밀어붙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반대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탄핵안을 발의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탄핵이 목적이지 발의가 목적이 아니다"며 "비박계 의원들이 적어도 7일까지 협상을 하고 안 되면 9일에 탄핵하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의 안 되는 것이 뻔하다. 탄핵이 안 되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밝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전날 회동에서 탄핵안을 오는 2일에 통과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논의해 늦어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는 부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바로 이튿날 야권이 협상을 통해 단일한 안을 내는 대신 분열하는 모습을 외부에 드러낸 것이다.
추미애-김무성 회동, 박지원 반발
야권 공조가 흔들릴 조짐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독대하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비난하면서 생겼다.
독대의 성격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는데, 김무성 전 대표는 이 회동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점'을 논의하는 자리로 봤고, 추미애 대표는 '비박근혜계 의원들의 탄핵 동참'을 호소하는 자리로 봤다. 전자로 해석하면 추미애 대표가 '야3당 합의'를 깬 셈이 되면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반발한 것이다.
회동 직후 김무성 전 대표는 "저는 4월 말 대통령이 퇴임한다고 밝히면 탄핵으로 가지 않겠다고 제안했지만, 추미애 대표는 1월 말에 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고,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미애 대표 측은 '1월 퇴임론'을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자꾸 4월 퇴진을 얘기하니까, 추미애 대표는 '탄핵을 가결해도 1월 말이면 끝날 수 있는데 무슨 4월이냐, 그냥 탄핵으로 가자'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추진한 단독 회담에 볼멘 소리를 했다. 추미애 대표, 박지원 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야3당 대표는 전날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못 박고, 예정대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인데, 추미애 대표가 하루 만에 야3당 합의를 깼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하자고 그렇게 주장하던 추미애 대표가 이제 '내년 1월 대통령이 퇴임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앞에서는 '공조해서 탄핵하자'고 하고, 함께 만나자고 하면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못 만난다'고 하면서 왜 자기 혼자 이러고 다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야권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단독으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으로 혼란을 초래했다는 시선을 보내면서도, 야권 분열을 밖으로 드러낸 박지원 위원장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당은 두 야당에게 '야권 공조'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2일 통과를 목적으로 이날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밝혀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오늘 두 야당 대표의 행보와 메시지는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의 교란책에 부화뇌동한다고 두 야당마저 흔들리면 국민들은 큰 실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절대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정의당은 오늘 본회의 시작 전까지 반드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양심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함께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정의당 의원(6석) 전원이 탄핵안을 발의하더라도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2일 탄핵안 투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이 이렇게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 9일 탄핵안 통과도 낙관할 수는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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