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대구서 "박근혜 끌어 내리자"

[언론 네트워크] 분노한 대구 시민들, '하야하락(rock)' 페스티벌

첫눈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대구 시민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26일 오후 대구 중구 중앙로를 가득채운 1만5천여명(주최측 추산 2만여명, 경찰 추산 5천여명)의 촛불은 오직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함박눈이 내리고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날씨 속에서도 촛불의 열기는 뜨겁게 타올랐다. 차량 이동이 전면 통제된 중앙대로 600m를 밝게 비춘 촛불행렬은 궂은 날씨에도 4주째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 촛불집회 후 이어진 도심 행진 대열에도 시민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 4차 대구시국대회에 참여한 1만5천여명의 시민(2016.11.26.대구 중앙로) ⓒ평화뉴스(김지연)

▲ 중앙로 대중교통지구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1.26)ⓒ평화뉴스(김지연)

▲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을 든 대구시민(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촛불민심은 여전히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여든이 넘은 어르신들까지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구민심은 박 대통령에게 완전히 돌아선 모양세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기업과 새누리당에도 화살이 날아 왔다.

지난 주 민중집회 사상 10년만에 최대규모를 이룬 대구지역 촛불집회는 이날 지난 주에 비해 조금 줄어었지만, 여전히 1만 5천여명을 넘기면서 눈, 비가 내리는 악조건 날씨 속에서도 숙지지 않았다.

▲ 청와대의 약물 구입을 비판하는 비판하는 한 시민의 피켓(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60여개단체·정당이 참여하는 '박근혜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는 26일 오후 5시부터 1시간30분가량 중앙로에서 '박근혜 퇴진 4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대중교통전용도로인 중앙로는 이날 집회로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오후 3시 '하야하락 페스티벌'부터 오후 4시 박근혜 퇴진·새누리당·재벌 해체 대구 노동자대회, 1020청년 시국난타행진까지 더하면 집회는 모두 4시간가량 진행됐다.

5일 1차 대회는 2.28중앙기념공원~엔제리너스카페 네거리까지 3천여명, 11일 2차 대회는 대구백화점~한일극장까지 5천여명이 참석했다. 19일 3차 대회는 3주만에 1만5천여명(주최측추산 2만5천여명·경찰추산 7천여명)으로 수 배 늘어 최대치를 기록했고, 4주째인 4차 대회도 비슷한 규모를 이어갔다.

지난주 중앙파출소에서 알라딘 서점까지 이어진 행렬은 삼성화재 옆으로 무대를 옮겨 우리은행까지 더 길게 이어졌다. 대형스크린도 2개로 늘었고 앉지 못한 이들은 인도에 서서 시국대회를 지켜봤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박근혜 하야 서명운동' 등 각종 부스들도 눈길을 끌었다.

▲ '박근혜 구속', '새누리당 해체' 등의 피켓을 시민들(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시민들의 손피켓 수위도 지난 주에 비해 한층 높아졌다. '박(朴)라임을 체포하라', '비아그라와 프로포폴이 가득한 청와대로 오세요', '박근혜 구속', '박근혜 당신은 노답(답이 없다)', '내려와라 박근혜', '거 하야하기 딱 좋은 날씨다', '대한민국 아야한다 근혜님은 하야하라' 등 특이한 피켓이 많았다.

특히 이날 대구시국대회에서는 10살 초등학생, 얼마전 수능시험을 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대구지역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구지부 도건협 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 조창현 대경본부장 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연령대에서 시국과 관련된 자유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 자유발언 중인 이곡초 3학년 정하은(10)양 (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 자유발언 중인 덕원고 3학년 장수미씨(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장하은 이곡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나쁘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자유발언을 하게 됐다"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아닌 최순실 아줌마가 나라의 중요한 일을 결정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직도 대통령인줄 아는 대통령은 빨리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고3들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김혜원 혜화여고 3학년 학생은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 하야해야 한다. 너무 창피하다. 이러려고 공부했나 힘이 빠진다", 장수미 덕원고 3학년 학생도 "최순실 일가에 전권을 준 대통령은 국민을 조롱했다. 지치지 않고 싸우면 이긴다. 촛불은 꺼져선 안된다"고 했다.

▲ '내가 대통령이면?' 청소년들의 생각을 담은 메시지(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경본부장은 "이런 사람이 우리 대통령인가. 이런 사람에게 우리 공무원들이 지시를 받았나. 자괴감을 넘어 분노한다"며 "박근혜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를 치욕스럽게 하지 말고 내려오라. 박근혜 가 있을 곳은 청와대가 아닌 감옥"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의 반성도 이어졌다. 도건협 전국언론노조 대구MBC 지부장은 "현장에 취재 나간 기자들이 이렇게 욕을 많이 먹은 적이 없다. 이러려고 기자가 됐나 자괴감으로 산다. 그 동안 제대로 검증 못한 우리 스스로 반성한다"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싸우겠다.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합의를 10억엔에 했다. 자기가 뭔데 하는가. 절대로 그냥 둘수 없다. 우리 꼭 박근혜를 저 자리에서 끌어 내리자"고 말했다.

▲ 대구경북 언론노동자 시국선언 기자회견(2016.11.26.2.28기념공원) ⓒ평화뉴스(김영화)

이날 앞서 언론노조대구경북협의회는 26일 오후 2.28공원에서 '대구경북 언론노동자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비루한 버티기를 중단하고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이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비선실세, 측근에게 국정을 맡겨 권력을 사유화했. 국법을 짓밟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구경북 언론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철지히 검증해 왔는가, 지역정서라는 편한 변명 뒤에 숨지 않았는가?"라고 성찰하면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권력에 언론을 통째로 갖다 바친 언론 부역자들을 척결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국선언에는 매일신문·영남일보·KBS대구경북·TBC·CBS·안동·포항·대구MBC노조를 포함해 언론노조대구경북협의회 소속 8개 신문.방송사 노조가 모두 참여했다.

▲ 추운 날씨에도 중앙로를 가득 채운 시민들(2016.11.26) ⓒ평화뉴스(김지연)

이날 대구시국대회는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방송인 김제동씨의 만민공동회로 이어졌다.

한편, 5차 대구시국대회는 오는 12월 3일 오후 5시부터 같은 장소인 중앙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대구 도심에서 행진 중인 대구 시민들(2016.11.26) ⓒ평화뉴스(윤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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