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와 구체제 청산, 같이 고민해야 한다

[기고] '촛불 시민대표' 선출해 국정 논의하자

참으로 다행이다. 최순실 사건이 터져서

실로 5000년 역사 이래 최대 사건이다. 하지만 오늘의 이 국면은 전혀 우려할 일이 아니며, 반대로 너무도 축복받은 일이고 동시에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도 보여줄 수 없는 자랑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백화제방(百花齊放), 지금 한 점 한 점 국민들의 희망은 한데 모이고 쌓여 내일의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

가히 천하 대란의 상황이지만, 오늘의 이 국면은 이 나라를 살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하늘이 준 기회이다.

만약 최순실 사건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후방 테러 등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을 들이대면서 군대를 동원하거나 아니면 비무장지대 무장충돌 등을 계기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못할 것이 전혀 없는 '미친'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와 유혈사태의 비극적 시나리오에 다시금 몸서리가 쳐진다.

참으로 다행이다. 최순실 사건이 터져서.

급할수록 돌아가라

천하의 유력자(有力者)들이 중원(中原)의 사슴을 잡기 위하여 저마다 출정식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군웅할거의 시대다.

그러나 욕속부달(欲速不達), 급할수록 돌아가라. 지금 단거리 육상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 선수의 자세가 필요하다. 모쪼록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고 임할 일이다. 성실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나가면 이윽고 천하를 얻을 수 있다.

정권 교체와 구 체제 청산을 동시에 하는 방안

현재 야당 후보군 각각 진영에서는 자신들이 충분한 자격과 경륜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할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여전히 매우 마음에 차지 않는 상황이다.

지금의 과정은 어느 한 특정 정파나 한 명의 대권주자만으로 홀로 떠안고 가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욕심만으로 감당할 수 없고, 결코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엄숙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권 교체는 반드시 실현해내야 하는 시대적 과업이다. 브레이크 장치도 없는 보수 정권, 너무도 길고 험난했다.

동시에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구 체제를 청산하는 작업 역시 지금 이뤄내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중차대한 과제다. 현재의 헌법은 사실상 유신헌법에서 직선제 하나만 바뀐 제왕적 대통령제의 반민주적인 시스템이다. 반드시 청산해내야만 하는 대상이다. 이 앙시앵 레짐을 바꿔내기 위해서는 먼저 국가의 최고 규범으로서의 헌법을 국민 주권의 원칙 하에 '불가역(不可逆)한 민주주의'의 강령으로 재구축해내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 기본을 재구축하고 국민 기본권을 완전하게 보장함으로써 진정한 국민주권주의의 새 장을 열어젖혀야 한다. 이는 우리 시대에 부여된 막중한 과제이다.

연립 과도정부로 민주주의 7공화국을 열자

이러한 조건에서 연립정부 방안은 정권 교체와 개헌이라는 현 시기의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연립정부 방안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승자독식의 독점이 아니라 야당의 부족한 현실을 보완해내고 예상되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분열을 넘어 단결을 꾀하는 방안이다.

야당은 차기 대선에서 다수의 후보자가 연합하는 연립 정부로써 정권 교체를 실현하고, 이 민주 정부는 구 체제 앙시앵 레짐의 청산과 개헌을 수행하여 7공화국으로 가는 길을 여는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는 과도 정부로 기능한다.

'촛불 시민대표'를 선출해 국회와 동등하게 국정을 논의해야

사실 탄핵받아야 하는 것은 비단 대통령만이 아니다. 의회 역시 이제껏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 채 무능으로 세월호 참사 이래 이 땅의 민주주의를 전혀 지켜내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각은 준엄하다.

우리의 미래를 지금의 국회에만 전부 맡길 수 없다. 이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참된 국민주권주의를 적극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

촛불 집회는 민주주의의 실천의 장(場)이며 훈련의 장이다. 오늘의 이 과정은 진정한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스스로 주권자임을 실천하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학교로 되어야 할 터이다.

가령, 촛불집회를 밑거름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군별, 동별, 구별, 시별로 시민 대표를 선출하여 전국 시민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향한 국정(國政)에 시민이 개입하고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격으로 (시민운동을 포함하여) 직능별 시민대표 100명을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회의원 숫자와 같은 300명을 선출하여 국회와 함께 동등한 권한으로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를 구현시키기 위하여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