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맞서 국회를 점령하라!

[김민웅의 인문정신] 시민 권력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과 정치적 내전

박근혜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이다. 제1 야당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상대는 기력을 회복하고 시민혁명의 불길을 끄겠다고 세력 결집에 나섰다. 어떻게 결말이 날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상황을 정치권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광화문에 집결한 100만 시민들이 터뜨린 함성은 "박근혜 체제 종식 선언"이었다. 연일 드러나는 박근혜 정권의 비리와 부패는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혁명이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의 축출"은 그런 변화의 첫 번째 작업이자 절대적 선결조건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중대한 과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혁명 중"이다.

혁명은 정치적 내전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구체제의 정치적 기반을 허무는 일은 기존 질서의 유지와 강화에 복무했던 자들과 세력의 윤리적 정당성을 확실하고 거세게 성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이 다름 아닌 우리에게 고통을 가한 자들임을 온 천하에 계속 밝히고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내전은 보다 치열해야 한다. 누구도 이들을 더는 지지하거나 엄호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치적 내전은 박근혜를 비롯한 가해자 세력에게만 향한 전투가 아니다. 이들의 권력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보이는 야당도 그 전투의 대상이다. 물론 시민혁명은 시민사회와 야권 전체의 결속을 통해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혁명의 동력을 훼손하거나 그 열매를 독과점하려든지 아니면 그 방향을 교란시키는 세력은 끊임없이 청산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민주적 권력질서를 세우는 일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의 시간 관리

시민혁명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은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속도를 낼 때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타격의 강도를 높일 때 그렇지 못하게 되면, 그것은 시간 허비가 되고 상대는 전투력을 복원하게 된다. 긴 싸움이 내다보인다고 해도 결정적 국면이 있게 마련인데 이걸 놓치면 그 싸움은 지지부진해지고 지쳐간다. 반면에 결정적 국면에 대한 파악과 역량집중이 있게 되면 그 긴 싸움은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야권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박근혜 퇴진 운동의 과정을 자신들의 정치적 열매로 삼기 위해 계산하고 머뭇거리고 방향을 잡지 못했다. 박근혜의 정치적 목숨은 일단 살려 줄테니 다른 권력은 자기들에게 내놓으라는 식의 책임총리제요, 거국중립내각이요, 하다가 퇴진역량을 증폭시키는 일에 필요한 시간을 까먹고 말았다. 제1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의 2선 후퇴론 고수세력은 가장 책임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이 와중에 개헌이니 뭐니 하면서 민주정부 수립으로 그 임무가 완결되는 87년 체제의 종언을 주장하고 박근혜 퇴진을 부차적인 사안으로 만들고자 했던 자와 세력들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나, 지금 당장에 박근혜를 퇴출시키는 일을 우선해야 하는 상황과는 거리를 두었던 노선이다. 상황인식의 절박성이 없고 민심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또 하나의 전선

이들은 모두 이제는 모두 퇴진 전선에 집결한 상태로 보이지만, 애초의 2선 후퇴 고수론자들이나 책임총리제 제안자들 그리고 이 판국에 개헌론 운운했던 자들은 민심이 요동치자 기회주의적 입장 선회를 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들의 특징은 시민혁명의 동력과 성과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로 전환시키는 시나리오를 계속 관철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퇴진"을 중심으로 시민혁명과 굳게 결합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시민사회의 요구와 의지를 제도정치에 관철시킨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들은 시민혁명의 동력에는 편승하면서도 시민사회는 정치적으로 배제시키고자 한다. 정치적 주도권은 언제나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퇴진론자들 가운데도 이런 세력들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시민혁명과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시민사회의 주도권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 자나 세력은 모두 또 다른 전선에서의 정치적 내전의 대상자들이다. 4.19 혁명 이후 기성 정치권이 그 열매를 가져가면서 상황이 지리멸렬해졌던 것이나 6월 항쟁 이후 양김의 분열에 의한 정치적 패배는 모두 우리에게 역사적 교훈의 보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야3당 간의 결속과 역량 집결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내부의 노선 교란과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인물과 세력에 대한 정밀한 비판 역시 필수적이다. 그래야 박근혜 퇴진을 위한 진정한 결속과 역량집중 그리고 그 방향설정이 가능해진다.

시민 권력의 창출

결국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시민 권력의 창출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시민혁명의 동력을 어떻게 정치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시민권력의 리더쉽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가?"이다.

이것은 당연히 박근혜 축출을 위한 운동과정에서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집회는 계속되어야 하며 지금 진행되고 있듯이 각 부문을 비롯해 지역 확산과 대도시에서의 집중을 기획하고 만들어 가야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시민 민주주의의 현장이 되게 하고 박근혜 퇴진운동의 동력을 지속시켜나가는 근거로 작동할 것이다.

둘째, 퇴진운동의 일상화를 강력하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아파트 베란다에 펼침막을 거는 것도 그러한 예이며, 대중교통에 퇴진 스티커를 붙인다든가 세월호 표식처럼 퇴진 표식을 옷에 달거나 하는 것처럼 퇴진의 구호가 도처를 장악하는 작업이다. 마을 단위의 촛불행사와 시민발언도 이러한 일상적 현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노력이다.

셋째, 탄핵의 병행추진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탄핵은 이 모든 작업의 보조수단이자 도구일 뿐이지 퇴진운동의 중심에 놓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탄핵정국이 전면화되는 순간, 시민혁명의 동력은 관망세력으로 퇴각하게 되고 제도권에 그 주도권이 넘어갈 수 있으며 시민 권력의 창출은 어렵게 된다.

넷째, 권력 거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타격이다. 검찰과 공영방송사는 그 타격지점의 주요대상이다. 타격이라고 해서 그곳에 몰려가 건물을 때려 부수고 난리를 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면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잘하고 있으면 응원하는 것이다. 방송사에 대한 타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권력거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나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을 엄호하고 응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국회를 전면 개방하라

이 모든 시민역량이 집중투입 될 또 하나의 중대지점은 국회다. 대의제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정치적 계산에 따른 기회주의를 비롯해서 시민 배제적 자세를 타파하는 동시에 직접민주주의를 제도권 내부에 복원하기 위해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내전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되는가? 최소 1주일에서 향후 과도정부수립에 이르기까지 국회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국회 잔디밭을 비롯해서 각종 세미나실과 본회의실까지도 시민들과 야권 정치인들아 함께 하는 치열한 토론과 논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생중계가 이루어지고 매일 논의된 내용들이 정리되고 그것이 우리사회의 정치적 담론과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이행경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광장의 촛불과 함께 가는 일종의 정치적 축제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시민혁명 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태어나거나 또는 미래세대를 포함한 새로운 시민권력 리더쉽의 등장을 보게 될 것이다. 이는 제도정치와 직접 민주주의의 의지가 하나로 결합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며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가 분리되지 않고 같은 몸이 되는 것이다. 야권 정치인들이 광장에서 시민들과 하나가 되는 것처럼,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야당과 하나의 길을 뚫어내는 권리를 발동하는 일은 시민혁명의 과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자면 11월 19일, 26일의 집회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 권력의 주도권을 확립하는 일은 시민혁명을 완수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이자 책무이다. 나 하나라도 나서면 그게 곧 우리 모두의 힘이다. 긴 싸움의 결정적 국면을 만들어내야 한다. 박근혜의 반격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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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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