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통화…"러시아와 강한 관계 고대"

"테러리즘-극단주의 전쟁에 힘 합쳐야"…'新냉전' 양국관계 개선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관계와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대통령직 인수위가 밝혔다.

인수위는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해 준 푸틴 대통령과 대화했다"면서 "두 지도자는 미국과 러시아가 직면한 위협과 도전과제, 전략적 경제 이슈들, 200년이 넘은 양국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과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를 고대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거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러시아에 해킹을 부탁하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등 '친(親)러시아' 성향을 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민주당은 그동안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 위해 클린턴캠프 인사들의 이메일 등을 해킹한 뒤 이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크렘린궁도 이날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두 지도자가 최악의 상황에 있는 양국관계를 정상화하고 국제테러리즘과의 전쟁 등에서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보도문에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상호 합의에 따라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보도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거듭 축하하고 그가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성공을 거두길 기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평등과 상호 존중, 상호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한 새 미국 행정부와의 협력적 대화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의 미-러 관계가 "아주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이러한 관계를 정상화하고 폭넓은 문제들에서 건설적 협력 궤도로 이행하기 위한 적극적 공동 작업을 하자는 데 동의했다.

특히 경제통상 관계 발전을 통한 양국관계의 신뢰할 수 있는 기초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통화에선 또 내년이 미·러 외교 관계 수립 210주년이라는 점과 이 사실이 양국의 이익과 전 세계 안정 및 안보에 부합하는 실용적, 호혜적 협력으로의 복귀를 위한 자극제가 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두 사람은 '공통의 적' 1호인 국제테러리즘 및 극단주의와의 전쟁에서 힘을 합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와 관련 시리아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두 지도자는 앞으로 전화통화를 계속하고 향후 양측 실무자들의 준비를 통해 대면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에 관한 미 대선 결과가 알려진 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축전을 보낸 바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전화통화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에 줄곧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좋게 평가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취임 이후 '제2의 냉전' 수준으로 악화한 미·러 관계가 상당 정도로 회복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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