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영매의 미스터리

[김성훈 칼럼] "흩날리는 바람 속에 그 답이 있네"

"얼마나 많이 쳐다봐야 하늘을 볼 수 있나?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나?
그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을 알게 될까?
친구여, 그 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네
그 답은 흩날리는 바람 속에 실려 있네"(필자 역)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이 마치 우리 대한민국 민생들의 현실을 노래한 듯한 'Blowin’ In the Wind'의 가사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메르스와 구제역병 만연, '옥시싹싹' 가습기의 살인 행위, GMO(유전자조작 식품)의 우리 밥상 점령, 발암물질 제초제와 농약의 범람, 광우병 위험물질(SRM) 미국산 소 내장과 머릿살 고기의 수입 홍수, 수입산 쌀과 농축산물 홍수 출하로 20여 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쌀값, 마이너스 농업소득,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농촌 경제,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사상 최고의 가계, 기업, 국가의 총 부채 사태, 도산 일변도의 조선, 해운, 전자, 자동차 산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쳐다보아야 아, 그 표독스런 레이저 눈빛이 좀 부드러워질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 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나 보다. 아, 찬밥신세 민생문제와 경제파탄. 그 답은 최 씨의 주술 속에 담겨 있는지 몰라.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 사람이지"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박 대통령의 안중에는 농업·농촌·농민이 없는가 보다. 입으로는 '농업(먹을거리) 문제를 직접 챙기겠'노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유체이탈 멘붕(정신 붕괴) 같은 농정 실패 현상을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하나 해 놓은 것이 없으니 현재 우리나라엔 농정이 없다고 말하여 과언이 아니다.

'농민이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상경해 울부짖는 백남기 옹을 살인적인 직사 물대포로 두개골을 파괴, 식물인간을 만들어 놓고도 박 대통령 주치의 출신 병원장의 암묵적인 지시인지 엉뚱하게 병으로 죽었다는 사망진단서를 발부했다. 그를 근거로 부검하겠다는 대한민국 경찰들, 이야말로 멘탈 붕괴감이다. 오죽했으면, 수천수만의 시민 농민들이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을까. 나도 죽여라. 나부터 죽이라고.

이러할 때, '진박' 국회의원 춘천 출신 국회의원이 백남기 옹의 죽음을 모독하는 아부성 발언을 하고 나섰다. 그를 향해 백남기 옹의 맏딸 백도라지 씨가 점잖이 내뱉은 한 마디는 "제발 사람의 길을 포기하지 마십시오"였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돈이 실력이다.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는 최순실 씨 딸 같은 몇 사람의 특권층 자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람다운 길을 추구하였다.

"사람이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 사람이지."

이를 대한민국의 특권층에 있는 지도자들에 빗대어 다시 노래해 보자.

"대통령이 대통령이면 다 대통령이냐? 대통령이 대통령다워야 대통령이 대통령이지."

시중에는 장관이나 국회의원에 빗대어 같은 노랫말을 읊조리는 몹쓸 바람이 유령처럼 흩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권의 위기 때마다 통상적으로 써오던 고단위 정치 수법은 일차적으로, 더 큰 사건으로 앞의 사건을 덮어버리고 위기를 탈출하는 것이었다. 당선 초기 돌출된 국정원과 국방부 댓글 사건을 세월호 참사 사태로 덮고, 세월호 사건은 다시 메르스 사태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묻어버렸다. 백남기 옹 사망 사건은 이상한 사망진단서 사건과 경찰의 부검시도로 덮으려 했다. 그러다가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속 대통령 연설문 사전 수정 사건이 일어났다. '최순실의 아바타'라고 조롱받는 박 대통령은 이를 뭉개 버리려는 듯 '개헌'이라는 폭탄선언을 내놨으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워낙 폭발적이어서 일파만파로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이제 최 씨의 영적(靈的) 교시 사태를 흐지부지 시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아마도 북한의 도발과 국지전이건 본격적이건 남북한 충돌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참수작전, 선제타격론, 자체 핵무장론, 이런저런 카드로 북쪽을 자극해보고 개성공단 폐쇄, 대북경제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전력 추구하면서 "정신 나간 실성한 북쪽 지도자" "돌아와요, 따뜻한 남쪽 나라로" 어쩌고저쩌고 각종 약 올리기로 북측의 도발을 유도하는 말장난질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일랑 일어나선 절대 아니 된다. 선제공격이건 중점 타격이건 그 같은 전쟁 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반격을 불러일으킨다. 그 반격이 아무리 일회성 국지전이라 해도, 파괴력이 엄청나게 커져 버린 현 단계 과학 전쟁 수준에서는 우리 쪽에도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안 된다. 전쟁은 아니다. 그냥 박근혜 정부와 여야 정치인들이 최순실 사태의 엄중함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라 경제와 농촌 경제의 붕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근본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사는 길이다.

▲ 지난 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총파업 총력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과퇴출제 중단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사람이 빠진 허구(虛構)투성이 식물대통령의 농정

바야흐로, 농업·농촌·농민의 존망이 바람 앞에 등잔불 같은 상황이다. 명색이 이 시대의 지도자라는 사람들과 농업·농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각급 공적 기관 및 NGO 단체장들을 살펴보라. 돈과 권력 앞에서 명예도 애정도 애농도 애국심도 다 팽개치고 불나비가 되어 허덕이는 저 모습들이라니. 돈과 권력과 이권의 유혹 앞에 스스로 '셀프서비스'하는 일부 농업관련 단체장, 교수 학자, 농업언론 대표들은 시나브로 탐욕에 젖은 자기 합리화 증상이 도를 넘었다. 언제라도 농업·농촌·농민을 사뿐히 즈려밟고, 자기만 살려고 두리번거린다.

돈의 가치, 권력의 힘만 탐할 줄 알지 생명농업의 가치, 환경생태계의 중요성, 농민의 권익의 중요성을 잊는 자칭 지도자와 단체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외면한 돈벌이 화학농법을 앞장서 홍보하고 부추기는 GMO·제초제 장학생 관료들과 학자들은 얼마나 떡고물을 더 많이 받아먹어야 바른 말, 바른 소리, 바른 농업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무리 사교(邪敎)집단이 식물정부의 우두머리에서 국정을 문란케 한다한들, 명색이 이 사회지도자 관료학자 언론인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네들만 호의호식하려 스스로 식품산업 대기업과 농약회사 다국적 기업들의 장학생으로 자진 편입하여 그들의 앵무새로 전락했단 말인가. 식량 자급률이 23% 밖에 되지 않는 OECD 농업 최하위 국가에서 기껏 한다는 것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그리고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공장식 산업농업, 생명조작 화학농업이란 말인가?

그것이 식물대통령 박근혜 정권의 '농업=미래성장산업' 비전이라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생명창조 농업이기는커녕 파괴 농업일 뿐이다. 죽음의 농업일 뿐이다. 소농과 가족농을 배제한 대기업 주도의 6차산업론 역시 대기업 식품 및 농약 세력의 종속 농업일 뿐이다. 사람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고 국민 모두를 더불어 함께 살려는 공동체 살림이 아니다. 진실로 강조하거니와 농민의 권익이 무시된 창조농업, 미래성장산업, 6차산업론은 모두 허구(虛構)일 뿐이다.

백성들이 깨어나야 나라가 산다

"김 장관, 아마도 내 다음의 대통령들은 도시 출신의 비교적 젊은 대통령들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오. 농업 농민 문제를 뼛속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열정도 없을지 몰라요. 지금은 IMF 환란 위기 하에 있어 농업을 위해 예산(돈)을 마음껏 쓸 수 없으니, 돈이 크게 들지 않는 제도 개혁이라든지 정책 혁신일랑은 내 때에 소신껏 해보세요. 적극 밀어주리다."

IMF 환란으로 정부나 대기업 은행 못지않게 타격을 크게 입은 농민문제에 대하여 미래전향적인 제도개혁을 제시한 김대중 대통령의 어조는 사뭇 엄중하였다. 그 뜻을 좇아 최선을 다 했다.

그러나 DJ 이후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체결로 농업을 절단 내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 번째 정책으로 광우병 의심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자유화했다. 그리고 전 정권의 잘못된 WTO 쌀 협상으로 매년 41만 톤 가까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오던 수입량 이상으로 해외(주로 북한)로 내보내어 국내 수급균형정책을 유지하던 정책을 폐기하고 '비핵 개방 3000'이라는 허망한 구호 아래, 단 한 톨의 쌀을 북쪽으로 보내지 않았다.

이런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어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 대북정책은 북한의 약 올리기, 흠집 내기, 국제적으로 경제 제제 공조로 압박만 가했다. 당연히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는 국내 쌀값 폭락사태에 임하여 "농민이 살게 해 달라"고 읍소하는 고령의 친환경 농민마저 직사 물대포로 쓰러뜨렸다. 박근혜 정권은 함경도 일대에 전대미문의 홍수가 나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니, 백남기 옹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사체를 부검하려고 덤볐다. 국내 쌀값도 안정시키고 남북한 대결 국면도 완화시키며 겸하여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희미한 가능성마저 싹둑 잘라 버렸다. 하기야, 우리에게 이익을 더 많이 가져다준 개성공단마저 하루아침에 폐쇄한 신뢰 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의 실체가 요즘 와서 '최순실 씨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 '지난 대선 때 나도 그녀를 찍었다. 몰랐었다. 후회한다' 등 참회와 통탄의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제는 백성들, 풀뿌리 민초(民草)들이 깨닫기 시작했다.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참회한다. 우리나라 장래가 희망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후회란, 아무리 늦어도 안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옳다. 희망이 솟는 새 출발의 신호이다.

돈과 권력의 노예구조로부터 우리나라 농업·농촌·농민을 해방시킬 단초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보다 생명과 건강과 환경의 가치를 더 중시하고, 국민과 국가를 살리고 농민·농업도 살리는 상생(相生)의 길이 사람의 길이다. 저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고루고루 더불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고, 다가올 우리 후손들이 그러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 같은 참살이 세상을 만들어 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하였다. 그러기 위해선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 새로운 정치 사회를 대망해 본다. 그리고 저 '바람 속에 답이 있었네'라고 다 함께 노래해 보자.

(이 글은 11월 7일 자 <한국농정신문> '김성훈의 농사직썰'란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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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농업 및 환경문제 전문가로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였으며 <프레시안> 고문을 맡고 있다. 대학과 시민단체, 관직을 두루 거치며 농업과 농촌 살리기에 앞장 서 온 원로 지식인이다. 프레시안에서 <김성훈 칼럼>을 통해 환경과 농업,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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