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불복' 시사…"그때 가서 보겠다"

3차 TV 토론서 폭탄 발언…성추행 의혹도 "사과 안 한다"

미국 대선 레이스의 최종 분수령으로 꼽히는 3차 TV 토론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9시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폭스뉴스 앵커인 크리스 월러스의 진행으로 90분 간 열린 3차 TV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가 대선 불복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건 그때 가서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2차 토론에서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와 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 언론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펴며 '선거 조작' 의혹을 막판 승부수로 던져 선거 결과에 불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날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말한 선거 조작 의혹의 근거는 투표 자격이 없는 수백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됐다는 것과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 때문에 애초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되지 않으면 다 조작됐다고 말한다"며 "우리는 200년 넘는 역사 동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수용했는데, 트럼프는 우리 민주주의를 끌어내리는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성추행 의혹, 아내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사회자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나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클린턴 재단이 저지른 것이고, 이들 여성의 주장은 범죄"라며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내 아내에게 사과하지도 않았다"라고도 했다.

그는 "나만큼 여성을 존중하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도 없다"며 "이건 간악한 클린턴 선거 캠프가 조장한 허구"라고 주장했다.그러나 트럼프는 앞서 음담패설 녹음 파일이 공개되자 "미국인들과 내 가족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트럼프는 여성뿐 아니라 자신이 잘못한 그 어떤 일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다"며 이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고 공격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여성을 비하하면 자신이 커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어떤지 모르는 여성들은 없을 것"이라고 여성 유권자 표심을 파고들기도 했다.

트럼프 "한국 등과 동맹 재협상"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한국을 거론하며 "이런 나라들을 방어할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동맹관계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클린턴은 "미국은 동맹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왔다"며 "트럼프는 동맹을 찢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민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우리를 강하게 지키는 국경이 필요하다"고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마약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클린턴은 이에 "가족을 찢어놓고 싶지 않다"면서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은 "우리가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며, 그런 활동에 들어갈 역량을 범죄 예방 같이 다른 곳에 쓰겠다"고 응수했다.

총기규제 문제에 대해 클린턴이 총기 소지 옹호론의 근거가 되는 수정헌법 제2조를 언급하며 "이와 상충되지 않게 (총기소지) 제도를 개혁할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는 "나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총기 소유권 보호를 주장했다.

낙태 문제를 두고서도 "나는 생명을 존중한다"는 트럼프의 입장과 낙태 반대가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형벌"이라는 클린턴의 입장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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