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시행령은 지난 3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에 기초한 것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북한 인권 재단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 설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밖에 시행령에는 상위법과 마찬가지로 북한과 남북 인권 대화 개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를 고려했을 때 당장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북한 인권법이 남북 간 갈등의 골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 인권을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북한 당국이 저지르고 있는 인권 침해 사례를 모아 이를 법무부에 설치된 기록 보존소에 보관할 계획이다. 그런데 기록 보관을 법무부에서 담당하는 것은 북한에서 인권을 침해한 인사들을 처벌하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30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해 조사하게 되면 형사 소추, 국제형사재판소 기소 등 여러 절차를 거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 공감이 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여기에 가장 특화된 정부 기관인 법무부에 기록 보존소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법이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이 아니라 인권 침해를 벌인 인사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인권 침해 사례를) 모았다가 나중에 (관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보다는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인권 중요성을 환기시키겠다는 뜻"이라며 "북한 정부가 인권 정책을 바꾸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직접적인 법적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북한에서 인권을 침해한 인사들의 명단을 자체적으로 수집해 발표하는 것 자체가 남북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북한 지도부에 인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줄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인권 문제에 신중한 접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북한이 이에 반발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외부와 접촉을 차단할 경우 주민들의 인권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편 이번 조치로 대북 전단 살포를 진행하고 있는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 정부의 지원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당 법 10조에는 북한 인권 재단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이는 시민 사회 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는데, 재단과 함께 설립될 북한 인권 증진 자문 위원회나 통일부 장관이 해당 사업을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특정 사업에 대한 지원 문제는 북한 인권 재단 출범 이후에 논의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제3국에 있는 탈북민을 보호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 대해 재단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재단이 공식 발족되면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이후 심사할 계획"이라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전단 살포나 탈북자 보호 문제 등은 정치권에서 상당한 공방이 불가피한 사안으로, 재단이 이들 단체에 재정 지원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재단이 민간 단체에 지원하는 재정 형태는 경상 경비가 아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이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어떤 단체를 지원할지 구체적인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재단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예산과 중요한 사업을 정하고 외부 공모도 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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