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 철회' 인간띠잇기…"근혜 가고 평화 오라"

[언론 네트워크] "평생 성주에서 살았는데 사드 때문에 떠날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이긴다. 웃어야지. 웃으면서 끝까지 싸워야지."

이외시(70) 할머니는 농사를 접고 27일 오후 성산포대 입구에 섰다. 할머니는 삼산2동 이웃집 할머니 3명과 인간띠잇기에 동참했다. 이웃 지영희(63) 할머니도 "죽기 살기로 하면 안 이기겠냐"면서 "평생 성주에서 살았는데 사드 때문에 이 땅을 떠날 수 없다. 한 번 해봐라. 끝까지 싸울끼다"라고 말했다.

▲ 사드 철회 인간띠잇기에 나선 이외시 할머니(2016.8.27.성산포대) ⓒ평화뉴스(김영화)

▲ 성산포대에서 군청까지 3천여명의 인간띠잇기(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 인간띠잇기 중인 김경태, 여정희 부부와 두 딸(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김경태(44), 여정희(43) 부부는 9살, 7살 두 딸과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했다. 귀농해 참외 농사를 짓는 이 부부는 40여일간 사드 철회 촛불집회에 나가며 투사로 거듭났다. 김씨는 "이길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 희망으로 집회에 나간다"면서 "농민가를 부르는 딸들을 보며 힘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 야구 연습을 마친 초등학생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중.고등학생들, 토요일 오랜만에 모인 가족, 농사 일을 접은 어르신들들까지 '사드반대'를 위해 성주군 길거리에 섰다.

▲ 성주 참돌이 리틀야구단 어린이들이 야구 연습 후 인간띠잇기에 참여했다 쉬고 있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성산포대에서, 다리 위에서, 참외 비닐하우스 앞에서, 지하도 아래에서, 도로 위에서, 읍내에서, 군청 앞에서 파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사드반대 깃발을 손에 들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서로 손을 맞잡았다.

사드 철회를 위한 40여일간의 투쟁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결기와 더불어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대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골 주민들은 마치 축제 현장인 것처럼 이 순간을 즐겼다. 같은 하늘과 땅을 공유하며 서로 발을 디디고 사는 한반도 땅의 모든 이를 위해 성주 주민들은 평화를 기원했다.

▲ 성산리 도로에서 인간띠잇기 중인 할머니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시집와 40년 성주에서 살고 있는 손선자(59)씨는 "화가 나 참을 수 없다"면서 "학생들도 싸우는 모습을 보면 정부도 군수도 너무한다는 생각 뿐이다. 이렇게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53)씨는 "집이 성산리다. 포대 밑이다. 사드가 오면 못산다. 운동코스에 사드가 들어온다니 끔찍하다"고 했다.

경북 성주군 주민 3천여명이 서로 손을 맞잡고 군내 곳곳에서 '사드반대' 인간띠잇기를 진행했다. '성주사드배치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정영길 백철현 김안수)'는 27일 오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2시간 동안 '사드 철회 평화 기원을 위한 평화의 인간띠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 사드가고 평화오라 붓글씨 퍼포먼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 결의를 다지는 성주군의회 의원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투쟁위에 신청한 주민만 1,500여명이고 등록하지 않고 이날 행사에 직접 참여한 주민과 다른 지역 참여자들을 합하면 모두 3천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1차 사드 배치 예정지로 거론된 성주군 성산읍 성산포대 입구에서 시작해 LG사거리, 성주군청까지 3km 구간에서 2시간 동안 인간띠잇기를 벌였다.

성산포대가 있는 공군 제8129부대 앞에서 당초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출입이 통제돼 포대 10m 아래에서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오후 4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포대 입구에서 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만장과 깃발, 머리띠, 리본, 현수막 등을 서로 나누고 각자의 위치를 정해 행사에 들어갔다.

▲ 사드배치 결사반대 깃발을 손에 마주잡은 주민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주민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풍물패 장단에 맞춰 '사드가고 평화오라'를 붓글씨로 새긴 뒤 평화 선언문을 낭독했다. 새누리당 탈당파 군의원 4명은 태극기를 들고 인간띠를 따라 군청으로 향했다. 주민들은 행사 내내 '사드철회 평화오라', '사드반대', '근혜가고 평화오라', '완영가고 오라평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파도타기를 했다.

3km를 이은 인간띠들은 풍물패와 태극기, 만장이 지나는 뒤로 정렬해 저녁 8시가 돼자 한 무리가 돼 성주군청에 모였다. 인간띠잇기 행사에 모인 이들은 곧바로 군청 앞마당에서 46일째 사드철회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안전요원 2백여명의 통제 속에 아무런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 참외 비닐하우스 앞에서 인간띠잇기 중인 주민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 아이를 안고 행사에 참여한 한 아버지(2016.8.27)ⓒ평화뉴스(김영화)

투쟁위는 선언문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 국가의 부당한 결정에 항거한 이들이 여기 있다"며 "가족, 이웃과 손을 맞잡고 평화의 싸움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수인 투쟁위 실무기획팀장은 "평화를 위한 성주의 저항"이라며 "정부는 평화의 싸움을 하는 성주를 보고 당장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오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사드 철회를 위한 미사를 진행한다.

▲ LG사거리 앞에서 파도타기 중인 한 가족의 모습(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 군청 앞으로 온 주민들은 곧 촛불집회를 열었다(2016.8.27) ⓒ평화뉴스(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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