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 요금, 산업용이 가정용보다 비싸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의 전기 요금은 어떻게 책정되나

여름만 되면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진다. 특히 올 여름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논란이 더욱 거세지면서 국민들은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개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누진제 개편은 부자 감세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상위 몇 %의 부자 감세와 전기 요금 우려로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고 이 무더운 여름을 지내고 있는 국민들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 누진제 개편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오히려 여론을 들끓게 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여야 모두 현행 전기 요금 체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해서 당장 눈앞의 불 끄기 식이 아닌, 여름만 되면 불거지는 이 논쟁을 불식시킬 수 있는 개편안이 되어야 한다.

최근 전기 요금을 개편한 중국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한국 전기 요금 체계의 문제점과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인구가 많아 전력 소비가 많은 중국의 사례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용어 정리부터

문제점과 방안을 짚어보기에 앞서 전기 사용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용어에 대한 정리부터 할 필요가 있다. 종종 전기세와 전기 요금, 누진세와 누진제를 혼용하는 경우가 있다. 전기 요금은 이용자의 이용에 따라 부담하는 것으로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징수되는 세금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전기세는 잘못된 표현이다. 수도 요금 역시 수도세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전기세는 세금이 아니므로 누진세 역시 옳지 않다. 누진세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높아짐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조세 체계이다.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이라는 점에서 누진세와 누진제가 같을 수 있지만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 요금 단가를 높이는 것이므로 누진제라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 요금 체계 무엇이 문제?

우리나라의 전기 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가정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하여 이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누진제는 가정용에만 적용하고 있다. 현행 가정용 전기 요금은 기본 요금 6단계, 전력량 요금 6단계로 구분되며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 모두 누진제가 적용된다.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4년부터 실시하였다. 그러나 당시 오일 쇼크로 인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통해 부족한 전기를 가능한 한 산업용으로 사용하게 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 제도를 실시한 지도 벌써 약 40여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누진 단계가 몇 차례 수정되기도 했지만 전기 요금 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어 오히려 에너지 절약과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은 이미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절약이라는 것은 함부로 쓰지 않고 필요할 때만 써서 아끼는 것이다. 지금처럼 꼭 써야 하는데 전기 요금 폭탄이 두려워 쓰지 못하는 것은 절약이라고 볼 수 없다.

저소득층 보호 취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전기를 적게 쓰고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전기를 많이 쓴다는 논리가 아니라면 6단계나 되는 누진제가 저소득층의 전기 사용을 얼마나 보호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전기 요금 체계

그렇다면, 중국은 어떠할까? 중국은 공평한 부담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2012년부터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 요금이 가정용보다 비싸 오히려 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르다.

전기 요금 누진제는 우리나라보다 간단한 3단계이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 1단계는 국민의 전기 사용 보장을 위해 원가보다 낮은 전기 요금, △ 2단계는 전력을 공급하는 기업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1단계보다 높은 요금, △ 3단계는 자원의 희소성과 환경 손실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2단계보다 높은 요금을 적용시킴으로써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왜 6단계로 설정을 했는지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 향후 개편을 진행한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누진 단계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중국은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제를 실시할 당시 우리나라와 같이 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누진제를 적용하였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사용량에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국민의 불만을 수렴하여 누진제 적용 기준을 2016년 1월 1일부터 '월 사용량'이 아닌 '연 사용량'으로 개편하였다.

중국은 지역마다 전기 요금이 다르다. 저장(浙江)성을 예로 들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16년부터 '연 사용량'으로 개편되면서 연 전기 사용량이 △ 2760킬로와트시 이하일 시 1단계인 0.538위안, △2760킬로와트시 초과 4800킬로와트 이하일 시 2단계인 0.588위안, △4800킬로와트시 초과 시 0.838위안이 적용된다. 사용자는 계절에 따라 2760킬로와트시에 한하여 사용량을 조절할 경우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월 사용량'에서 '연 사용량'으로 전환하면서 각 단계의 기준이 되는 사용량의 구간을 설정하는데 있어 전년도의 사용량이 기준이 되므로 이는 행정적으로 매우 번거롭고 복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 개편으로 우리 역시 누진제 개편 시 사용자인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누진제를 실시하면서 저소득층과 5인 이상 가구에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는데 저장성의 경우 매월 100킬로와트시를 주고 있다. 즉 연 사용량에 1200킬로와트시가 더해지면서 연 전기 사용량이 △ 3960킬로와트시 이하이면 1단계가, △ 3960킬로와트시 초과 6000킬로와트시 이하이면 2단계가, △ 6000킬로와트시 초과 시 3단계가 적용된다.

우리나라도 혜택을 주고 있다. 세대 구성원 수가 5인 이상인 가구에 한해 최고 월 1만2000원 한도 내에서 한 단계 낮은 요율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사용량이 300킬로와트시에 미치지 못할 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3자녀 이상인 다자녀 가구의 경우 최고 월 1만 2000원 한도 내에서 20%가 할인된다.

이는 중국과 비교할 때 할인 혜택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인 가구와 다자녀 가구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역시 개편되어야 한다. 전기 요금 걱정으로 이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고이 모셔둬야 하는 '웃픈' 현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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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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