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후폭풍, 안보리 대북 규탄성명 채택 실패

중국이 제동, 대북 제재 공조 무너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중국의 반대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에 최종 실패했다. 남한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사실상 무너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각)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비공개 회의를 열고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 채택 여부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3일 북한은 사거리가 1000km에 달하는 노동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후 안보리는 긴급 회의를 소집,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국은 회의 이후 안보리 언론성명 초안을 작성해 회원국들을 상대로 회람을 실시했다. 그런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돌린 언론성명 초안에 '모든 당사국은 도발을 유발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동북아에 어떤 탄도미사일 요격기지도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넣자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드 배치를 반대해 온 중국의 입장을 안보리 성명에 넣자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을 비롯한 다른 이사국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수정안이었다. 결국 미국은 이를 거절했고 안보리 언론 성명은 무산됐다.

안보리가 언론 성명 합의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중국이 국제적인 대북 압박 공조에서 이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가 발표된 이후부터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관련, 어떤 성명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등 기존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과 관련, 중국이 이를 옹호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언론성명) 초안을 돌린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미국의 언론 성명 초안에) 즉각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본부에서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며 "중국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 문제에 고심한 것 아니겠나"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되도록 외교적인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성명 채택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앞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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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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