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편파경선 논란, 러시아 배후 논란으로 확대

오바마 "민주당 이메일 해킹 러시아 소행"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편파적이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위키리크스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폭로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외교 문제로 파문이 번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민주당 이메일을 해킹했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아는 사실은 러시아가 우리 시스템을 해킹한다는 것"이라며 "정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민간 시스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맡기고 백악관과 국무부가 그동안 말을 아껴온 점에 비쳐볼 때, 러시아를 이메일 폭로의 배후로 지목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하고 공식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중대한 사이버공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처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리사 모나코 백악관 국가안보·대테러 보좌관은 "러시아와 중국이 온라인에서 더욱 공격적이고 정교해졌고 이란은 미국 금융기관을 공격했으며 북한은 기업과 국가를 공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사이버위협의 대격변의 정중앙에 있다"며 "이 위협은 더욱 집요하고 다양하며 빈번하고 위험해질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우리의 안보와 번영을 위협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행정명령 발동이 민주당의 이메일 폭로에 러시아 해커가 개입됐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DNC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후보로 만들기 위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깎아내리는 등 경선을 편파 관리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 2만여 건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클라우드스트라이크 등 3개 사이버 보안업체는 DNC 전산망에서 발견된 악성 코드 등을 분석한 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과 군 정보국(GRU)에 연계된 해커들이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러시아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에서 반(反)유럽연합(EU) 노선을 표방하는 극우정당을 돕기 위해 정보전을 펼쳐왔는데, 이런 전술을 미국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파 경선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선 DNC 이메일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나오기도 했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이날 전당대회의 찬조 연사로 나와 "러시아의 최근 행동을 고려할 때 푸틴은 트럼프의 승리를 열렬히 원할 것"이라며 "이는 모든 미국인들이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는 이상하게도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에게 감탄한다"고 트럼프와 푸틴 사이의 모종의 밀월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트럼프는 "전적으로 힐러리의 판단력이 멍청하기 때문에 이런 스캔들이 터져나왔다"고 부인했다.

위키리크스의 창업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한 이메일의 출처가 러시아냐는 질문에 정보원 보호를 이유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산지는 다만 "심각한 정치 스캔들에 직면했을 때 클린턴의 선천적인 본능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그녀는 러시아인, 중국인 등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키리크스는 미 대선에 관련된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해 추가 폭로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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