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결정 성난 중국 "신뢰에 해 끼쳤다" 작심 발언

사드 배치 결정 후 처음 만난 한중 외교장관

박근혜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처음 열린 한중 외교 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24일(현지 시각)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차 라오스를 방문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돈찬팰리스 호텔 14층에서 한중 외교 장관 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상호) 신뢰에 해를 끼쳤다.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열린 회담 모두발언에서 왕이 부장은 "오늘 장관(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만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윤병세) 장관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며 "특히 한국 측이 우리의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밝혀 사실상 한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중한 양국은 이웃 나라다. 우리는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쌍방의 인적 교류는 이미 1000만 명 시대에 올랐다"며 "이는 두 나라 인민에게 복리를 가져다주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복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 왕이(오른쪽에서 세번째) 외교부장이 24일(현지 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 도전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극복하지 못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따른 것이므로, 사드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사드 배치 결정은 자위적이고 방어적인 조치이며, 책임 있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기존 정부 입장을 다시 한 번 중국 측에 전달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1시간 30분 가량 예정돼 있었으나 예상보다 30분 빠른 1시간 정도에 마무리됐다. 외교부는 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앞으로도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사드 문제를 두고 양측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과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왕이 부장은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는 같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에 도착해 숙소도 같은 곳으로 잡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ARF에서 북중 양국은 양국 회담을 진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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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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