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녹취록에 대통령 없다"…또 '주어 생략' 논란

"하필이면 KBS를 봤네"…새누리 김도읍 "정정 보도를 효율적으로 하려고"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정현 의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시절 한국방송(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하필이면 KBS를 봤네"라고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이라는 언급 자체가 없다"고 4일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설립 논란, 정종섭 '총선 승리' 건배사 논란에 이어 새누리당이 또 한 번 '주어 생략'을 통한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개된 '이정현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은 2014년 4월 30일 이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 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KBS를 오늘 봤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녹취록을 보면 '대통령이 하필이면 봤네'라는 말이 아니고 대통령은 괄호가 돼 있다"면서 "(문맥상 대통령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녹취록 전문을 보면 대통령이라는 언급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읍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대통령이 뉴스를 보았다'는 뉘앙스를 낸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설명도 이어졌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금요일에 정정 보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좀 언급한 게 아닌가라고 비서실장이 (말)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봤네'하는 그 부분과 관련해 자신(이정현 의원)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전화를 했다고 얘기를 들었다"고 하고, 뒤이어 이원종 비서실장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정현 녹취록' 사건과 관련해 '보도 통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두고는 "야당의 정치 공세"라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일반 국민이든 누구든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그러면 이정현 수석 부인이 (KBS 보도를) 봤다는 얘기겠나. 대통령이 봤으니 황급히 전화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면 9시 뉴스를 본 대통령으로부터 (이정현 당시 수석이) 전화를 받고서 다급해서 11시에 또 나오면 골치가 아파지니까 11시 것(보도)을 막으려고 이렇게 건 전화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수 차례 '주어 생략'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를 설립했다"고 외치는 동영상을 두고는 당시 대변인 나경원 의원이 '내가'라는 주어가 없다고 해 빈축을 샀고, 정종섭 의원이 행정자치부 장관이던 시절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해 '총선 승리'를 외쳐 논란이 일자 김무성 당시 대표가 "굳이 변명하자면 새누리당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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