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대통령 대법관·감사원장 임명권부터 내려놔야"

[기고] 개헌의 1방향-'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개헌론이 많이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권력 구조에 대한 주장만 있을 뿐이다. 개헌은 단지 권력 구조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마땅히 시민의 기본권 보장부터 다시 논의돼야 할 것이며, 시민 주권의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시민의 대표로서 국회다운 국회가 되기 위한 개헌의 한 방향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대법관 구성의 비밀, 유신의 잔재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신 헌법'에 의해 기존에 존재하던 '법관추천위원회'가 폐지되고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바뀌었고,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해 명문화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유신 잔재이다.

현행 헌법의 이 조항은 대법원의 대법관을 권력의 의중에 따라 구성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온 독소 조항이다. 더구나 '제청(提請)'이라는 용어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처럼,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에게 '올려' 요청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3권 분립의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의 정신이다.

이러한 유신의 '제왕적 대통령제' 정신은 국회법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본래 국회 전문위원은 상임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선출했었지만, 유신에 의해 뒤바뀌었다.

1972년 12월 27일 '유신 헌법'에 이어 1973년 2월 7일 국회법이 개정됐고, "전문위원은 당해 상임위원회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는 국회법 제42조 제2항의 규정이 "전문위원은 사무총장의 제청으로 의장이 임명한다"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국회에서도 민주주의적 절차가 생략된 채 대통령의 의중이 직간접적으로 작동되도록 제도화되었다.

결국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활동에 필요한 '전문가'를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논의해 선임하던 것을 (당시) 여당 임명직인 국회 사무총장이 임명하게 됐고,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을 의원들이 선임하지 않은 공무원이 '검토'하게 된 것이다.

이 역시 세계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현재 "일하는 국회"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일하는 국회"는 이 문제의 개선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미 회계감사원(GAO) 건물 전경. ⓒ론 코그스웰(Ron Cogswell)

감사원은 국회 소속으로, 국회다운 국회를 위하여

주지하듯, 현재 국회에 의한 정부 예산과 결산 심의는 실로 미약한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예산 총액에 대한 극미한 삭감이나 의원들의 이해 관계에 의한 세부 항목의 증감에 그칠 뿐, 정부 예산의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적정성에 대한 분석은 불가능하다. 결산 역시 그 적정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입법부 내 기구의 부재로 형식적이고 정치적 성격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경우, 원래 재무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견제 및 행정부의 국가 운영 상태에 대한 감독 필요성이 대두돼 마침내 입법부에 이전되었다.

1921년 제정된 예산회계법 제7장에 의해 회계감사원은 "권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말할 의무를 가진 독립된 기관"으로 규정되어 설치되었다. 회계감사원장은 상하 양원 각각 5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 동의를 거쳐 임명하며 임기는 15년 단임이다. 대통령은 추가 후보를 추천할 권한이 없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연방정부의 예산 지출과 운영에 대한 감사를 임무로 하며, 연방 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회계감사원 업무의 10%가 회계 감사이고 나머지 90%는 사업 평가가 차지하고 있다.

회계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수시로 모든 상하원 의원과 행정부에 제출된다. 그러므로 미국 의원들은 우리처럼 매년 국정감사를 하지 않아도 이 감사 보고를 통해 각 부처의 운영상황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의정활동을 펼친다.

GAO는 자료 접근권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GAO 권고는 4년 내 70%가 받아들여져 집행되고 있을 정도로 권위를 지닌다.

우리의 경우에는 1962년 헌법에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의 '명목상' 헌법기관일 뿐이었다. 감사원이 진정한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니려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독립적인 기관으로 되거나, 미국과 같이 의회 소속이 돼야 한다. 이 경우 '감찰'의 기능은 행정부에 그대로 남겨두면 된다. 참고로 미국은 행정부에 감찰국과 공직자윤리국을 설치하고 있다.

지금 개헌론은 국회에서 주장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제도적, 법적 결함에 의해 시민의 대표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국회가 이전보다 힘이 강력해졌지만, 오히려 그 성장한 힘이 단지 정치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힘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미비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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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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