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산 의원들, 내심 안도… "가덕도, 장기 계획으로"

조경태 "사회적 갈등 최소화 측면에서 대승적으로 봐야"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주장해 온 새누리당 소속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21일 오후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연구용역 결과가 '밀양 유치'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일부 부산 소속 의원들은 '비용 절감과 지역 갈등 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께부터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를 함께 기다렸다.

이들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본회의를 마친 시점에서도 회동을 했었으며, 당시 김정훈 의원은 "정계 개편까지도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후 3시, '신공항 백지화·김해공항 확장' 결정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타고 전해졌다.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은 발표 15분 후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을 말씀드리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김해 공항 확장안은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하여 정부가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해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이 고심한 부분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 "그러나 최선의 선택인 가덕 신공항이 아니라 김해 공항 확장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밀양 유치 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지던 앞선 회동 때와 비교하면 훨씬 누그러진 모습이다.

김세연 의원은 "여객 수요만 감안하면 김해공항 확장이 단기적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화물 및 장거리 국제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24시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덕 신공항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부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을 모아 논의를 해가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면서 "이번 정부 결정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라고 보기보다 입지 선정에 대한 여러 고려 끝에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은 "지금도 김해공항 주변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그런 부분은 염두에 두었는지 안 두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이번 결과가 어중간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신공항 건설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을 선거에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겨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훈 의원은 "선거에서도 이런 중대한 상황을 가지고 지자체끼리 경쟁을 시키는 방식은 앞으로 지양했으면 한다"면서 "부산이 필요로 하는 공항이 있으면 부산시가 가덕도에 만들어 쓰겠다고 하면 그걸 보고 '이래서 된다 안 된다' '예산은 이렇게 지원하겠다'고 하고, 대구는 대구대로 밀양 공항 쓰겠다고 하면 '된다 안 된다 통보하면 되지, 왜 이렇게 지자체끼리 경쟁을 붙여서 갈등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 또한 "과거에 김해공항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판단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김해공항 확장)이 정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대안이라면, 왜 이번 용역 결과 전에 김해공항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결과가 나왔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갈등을 부추겼다"면서 "이런 정책적 과오 반복되지 않기 위해 과거 정부의 오류를 명확히 짚어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 의원은 '민자 유치 검토'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은 "그것(정부의 가덕도 공항 건설 추진)이 가능하지 않다면 여러 준비를 해왔던 사람들이 모여서 부산시가 직접 민자 유치를 해서 가덕동에 신공항을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심 정부의 결정으로 '유치 실패'의 책임을 피하고 지역 갈등과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 투입을 방지할 수 있게 된 점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가덕도 유치에 실패할 경우 부산시장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한 서병수 시장 앞선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 의원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막대한 예산을 최소화하는 측면에 대해서 대승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다"면서 "이제부터는 좀 더 합심해서 김해공항이 명실상부한 국제 공항 면모를 갖출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덕광 의원(부산 해운대을)도 "포화상태에 이른 김해공항 국제노선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다행히 양지(경북과 부산)의 극한적인 대립을 정부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잘 처리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재 현황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김세연 의원은 "최악의 상황(밀양 유치)을 막은 것도 쉽게 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서병수 시장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시장 또한 정부 발표 후 한 기자회견에서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가능한 공항, 허브로 가덕신공항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거취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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