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임박' 세월호 특조위, 국회가 구원 투수 될까?

새누리, '대통령 7시간 조사' 빼면 특조위 기한 보장?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폐업 직전에 놓였다. 정부가 특조위 활동 기한을 사실상 6월 말로 못 박으면서, 파견 공무원들도 오는 30일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요지부동인 지금, 특조위가 기댈 곳은 국회뿐이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특조위 기한 보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0대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로 바뀌며 19대에 비하면 한결 나아졌다지만, 그렇다고 '여소야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정부가 특조위 무력화에 사활을 걸었던 만큼, 여당 또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통과 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영춘 "대통령 행적 조사 보류" 주장, 왜?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 3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에는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이어 7일에는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123명 의원과 윤소하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이 공동 명의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세 개정안 모두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을 실제 예산이 배정된 2015년 8월로 보고, 종료일을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인 2017년 2월 3일로 명시했다.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취임 한 달 기자 간담회에서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우리 당은 특별법을 개정해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낸 바 있다.

ⓒ연합뉴스

한시가 바쁜 야당으로선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심 중이다.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방안은 협상이다. 특별법에 규정된 활동 기간에 대한 법 해석에 이견이 있는 만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가 벌써 1년 넘게 해석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던 만큼, 앞으로도 단기간 내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절충안'도 나온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영춘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특조위 조사 범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조사의 '보류'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특조위 시한은 6월 말로 종료된다"면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조사를 일단 보류하더라도 나머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진상조사를 먼저 해보자"는 것.

김 위원장은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즉각 반발을 샀다.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소관 상임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논리와 다를 바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장만의 발언이 순전히 개인의 판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국회 내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물음도 나온다.

실제로 16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누리당 측에서 더불어민주당 측에 "특조위 조사 범위 가운데 '대통령 행적 조사'를 제외할 경우 특조위 활동 기한 보장에 합의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행적 조사' 제외 방안을 검토해보더라도, 특별법 통과까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먼저 (대통령 행적 조사 제외 시 특조위 기한 보장) 제안을 했더라도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그렇게 될 경우 '정말 참사 당일 청와대에 무슨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당이 기를 쓰고 빼는 것'이란 의혹만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시간과의 싸움...고심 깊어지는 더민주

여야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남는 방법은 여소야대 정국을 이용한 정면 돌파뿐이다.

가장 일반적인 입법 절차는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시간과의 싸움'이 문제다.

당장 상임위부터가 난관이다. 국회법 57조 2항에 따라, 상임위의 청문회 실시 안건을 포함해 여야 합의가 안 돼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은 3분의 1 이상 의원이 요구하면 6인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도록 돼 있다.

안건조정위원은 1 교섭단체 위원과 나머지 위원을 3대 3 동수로 구성하되 3분의 2 이상인 4명이 찬성하지 않으면 해당 쟁점 안건을 최장 90일간 잡아 둘 수 있게 했다. 90일이 지나야 상임위 소위원회를 거쳐 전체 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된다. 최악의 경우, 특별법 개정안이 조정 안건으로 지정돼 논의도 되지 못한 채 석 달 동안 묶여있을 수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6일 취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직권상정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주의 깊게 사용돼야 하지만 꼭 그 권한을 활용해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낸 만큼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직권상정도 고려해볼 만 하지 않느냐는 게 유가족 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신중함을 중시하는 국회의장 성향상 직권상정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러 방안을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세월호 특별법 TF는 박주민 의원을 주축으로 이훈, 금태섭, 손혜원, 이개호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이 소모임 식으로 운영해왔으나, 최근 당으로부터 공식 TF로 인정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조위가 독립성을 지키고 성역 없는 진상 조사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서둘러 특조위 활동 기한 문제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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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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