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경선 승리' 선언…트럼프와 격차 벌려

"샌더스의 문제제기 민주당에 유익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 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압승을 거두며 확실한 민주당 후보로 자리를 굳혔다.

7일(이하 현지 시각) 캘리포니아 주와 뉴저지 주, 뉴멕시코 주, 몬타나 주, 사우스 다코타‧노스 다코타 주 등 6개 주에서 벌어진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75명의 대의원이 걸린 캘리포니아 주에서 33% 개표 현재 62.1%를 득표, 36.8%의 지지를 받는데 그친 샌더스 의원을 압도했다.

또 126명이 걸린 뉴저지 주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63.3%의 지지를 받아 36.7% 득표에 그친 샌더스 의원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클린턴 전 장관은 뉴저지 주 경선 결과 발표 직후 뉴욕 주 브루클린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제 새로운 전기에 도달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7일(현지 시각) 뉴욕주에서 열린 연설에서 민주당 경선 최종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미국 역사상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1848년 뉴욕 주에서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위한 미국 최초의 회의가 열렸고 당시 소신선언이 채택됐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이런 선언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모두 당시 선언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면서 자신이 미국 헌정 역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경선 완주를 축하하며 "샌더스는 진보적 명분을 위해 투쟁해왔고, 소득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 것은 민주당에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대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도 벽을 세우려고 한다"면서 트럼프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후보가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과 관련해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가 멕시코계라서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가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난 저명한 판사가 멕시코 혈통이어서 제대로 재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선거는 과거와 같이 당파적인 싸움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며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무소속이든 우리와 손을 잡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여전히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공화당 내 트럼프를 반대하는 세력에 손을 내미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실제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두고 상당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멕시코계뿐만 아니라 무슬림 판사에 대해서도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이유로 불공정하게 대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까지 겹치면서 반(反)트럼프 정서가 다시 불붙고 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번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했다. 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당장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고 맞섰고, 마크 커크 상원의원은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트럼프 후보는 7일 성명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멕시코계에 대한 공격으로 오해된 것은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 개인의 혈통이 그 사람을 공정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트럼프 대학의 소송 판결만 놓고 보면 자신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재판에 직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트럼프와 격차 벌리나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과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 대결이 성사되면서 이제 관심은 본선에서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이 최종 후보가 되면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를 다소 벌린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NBC방송이 여론조사기관인 서베이 몽키와 함께 지난 5월 20일부터 5일까지 유권자 924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은 48%의 지지를 얻어 44%를 얻은 트럼프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7일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유권자 12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44.3%의 지지를 얻어 34.7% 지지에 그친 트럼프 후보를 약 10% 포인트 차로 앞서기도 했다.

다만 NBC 방송 여론조사에서는 제3의 후보를 넣어 함께 조사해보면 트럼프 후보가 박빙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게리 존슨 자유당 대선후보와 4년 전 녹색당 후보로 나섰던 질 스타인을 넣어 조사를 해보니 트럼프가 40%의 지지를 받아 39% 지지를 얻은 클린턴 전 장관을 1% 포인트 앞섰다고 보도했다.

물론 각 주에 할당된 대의원들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 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제3후보의 지지율이 그대로 대의원 확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제3후보의 위력이 여론조사 수치만큼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제3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 제3후보가 본선 레이스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선거는 사실상 양자 대결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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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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