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머리 들다 세월호 부러질 수 있는데 정부는…"

[현장] 더민주 초선 당선자 22명, 세월호 사고 해역 방문

"공식적으로 (세월호 인양) 작업을 보려고 두 차례 (바지선에) 올라갔는데, 우리가 가면 작업을 다 중지해요. 해양수산부 입장은 외부인이 있을 때는 안전 문제 때문에 작업을 못 한다는 거예요."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9일 전남 진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유가족들이 바지선에) 못 올라가게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당선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 작업을 맡긴 중국 업체) 상하이샐비지 사람들은 군인이기 때문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작업을 안 해서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한다"면서 "심지어 여자가 (배에) 올라오면 무슨 일이 생긴다고 안 한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토로했다.

"뱃머리 들다가 세월호 부러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 22명은 이날 진도 팽목항에 방문해 유가족과 면담하고, 배 두 척을 빌려 사고 해역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 동승한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선수(뱃머리)를 들다가 배가 부러질 가능성이 있고, 들다가 (세월호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족들이 인양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걱정돼 돌아가며 사고 해역을 지키는 이유다.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정춘숙 당선자의 질문에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중국 업체가 하는 시뮬레이션을 해양수산부가 참관하고 왔지만, 유가족도 같이 가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면서 "그러면 최소한 결과라도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일언반구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중국에서 한 시뮬레이션이) 종합적인 시뮬레이션인가, 특정 공정에 대한 시뮬레이션인가도 물어봤는데, 그조차 대답이 없다"면서 "정보 공개도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작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보고는 받나"라고 묻자,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작업일지는 확보했지만 영상은 전체를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훈 당선자는 "해수부는 그걸 왜 공표를 안 해. 사소한 거라도…"라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29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해역을 둘러보기 위해 배에 타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태풍 오는데, 해수부는 인양 가능하다고만"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이 제때에 이뤄질 수 있을지도 걱정했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지상준 학생의 아버지 지용준 씨는 "해양수산부는 7월 말이면 인양하겠다고 하는데, (세월호 침몰 지점 근처인) 동거차도에서 50년, 60년 사신 주민들은 6월 초나 7월 초에 태풍이 와서 불가능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용준 씨는 "태풍이 올 때 고정 방비책을 마련해 놨는지도 걱정인데, 그때 가서 (인양할) 방법이 없다고 하면 아예 인양을 못 한다"면서 "의원님들께서 혹시라도 그런 대비책이 있냐고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세월호 사고 지점 근처에 섬…다른 구조 방법 있었다"

당선자들을 태운 배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천막을 치고 돌아가며 인양 과정을 감시하는 동거차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선자들은 동거차도에 있는 유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용준 씨는 동거차도 방향을 가리키며 "유가족들이 저 산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세월호 침몰 지점과 동거차도가) 너무 가깝다.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내려서 섬까지 헤엄쳐 오는 식의) 또 다른 구조 방법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도 "저(동거차도) 위에 올라가서 보면 시민들이 다들 와서 할 말을 잃고 내려간다"면서 "보통 사람들 상식은 세월호는 망망대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와 보니까 상황이 너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오늘 바다가 잔잔한데, 2014년 4월 16일은 이보다 더 잔잔했다"고 덧붙이자, 김병욱 당선자는 "진짜 미스터리다"라며 탄식했다.

세월호 특조위 "파도 잔잔했는데도 작업 중단으로 모니터링 못해"

앞서 이날 팽목항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22명에게 세월호 인양 과정을 설명한 연영진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유족들과 충분히 협의하며 인양 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당선자들의 질문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부분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공하기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유가족들의 말은 다르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피해자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인양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인양 과정에 가족들이 참여하고, 직접 조사자로 들어가야 원천적으로 그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전날부터 세월호 뱃머리 들기 작업을 모니터링하고자 팽목항을 방문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사고 해역에 갈 수 없었다. 해양수산부가 공정상 문제로 작업을 임시 중단한 탓이다.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진상 규명 소위원장'은 "어제는 여기 파도가 너무 잔잔했다"면서 "매우 안타깝게도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어제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특조위는 제대로 설명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훈 당선자는 "해양수산부가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공개해줘야 국민이나 유가족이 인양 과정을 신뢰할 텐데, 거기에 대해 아무 관리를 안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면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29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사고 해역을 둘러보기 위해 배에 타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프레시안(김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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