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국' 선언한 북한을 보는 중국의 속내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북한 당 대회와 북중 관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던 북한의 7차 당 대회가 막을 내렸다. 중국에서 당 대회나 양회(兩會)가 개최되면 전 세계가 중국에 주목하곤 하는데, 이번 북한의 당 대회는 행사의 규모나 취재진의 숫자 등에서는 중국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 인기(?) 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자의건 타의건 간에 북한 주민들의 자축 행사도 중국을 훨씬 능가한 듯 보였다.

한국 언론은 남북 관계의 악화로 인해 이번 방북 취재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평양으로 특파원을 파견하는 등 고도의 관심을 보였다. 특히,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의 각 방송국과 신문들은 경쟁적으로 평양에 특파원을 파견하는 등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마저 연출했다.

덕분에 나는 일본 텔레비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의 당 대회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주요 뉴스 시간에는 평양에 있는 특파원이 생중계로 전달하는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7차 당 대회의 3가지 포인트

전 세계의 높은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7차 당 대회의 주요 의의에 대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질적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 개발을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고, 북미 관계의 진전에 따라 핵 개발을 동결 또는 포기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북한은 '항구적 핵 보유국'이 됐음을 선언함으로써 핵을 협상 카드가 아닌 자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항구적 무장 수단으로 규정했다.

쉽게 말하자면, 핵을 상황에 따라 개발 또는 포기할 수도 있는 대상이 아닌, 이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고 이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북핵 문제에 있어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북한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음이 나타났다.

냉전 해체와 사회주의권의 붕괴, 김일성 주석의 사망, 심각한 자연재해의 연속 등으로 김정일 시대의 북한은 '비상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정일은 '선군(先軍) 정치'를 통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고,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에 무게를 두면서 당보다 군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는 당이 국가와 군대를 지도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에서 봤을 때, 그야말로 '비정상'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7차 당 대회에서는 이러한 군 우선의 '비정상' 시기가 끝나고 당 우선의 '정상' 시기가 시작됐음이 선포됐다고 할 수 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직책이 기존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바뀐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제7차 당 대회에서 사업 총화 보고를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셋째, 향후 북한이 경제 발전에 국가적 역량을 좀 더 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언급된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의 내용에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회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가 표명된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핵과 경제라는 병진 노선에서 핵 개발에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제 경제에 국가 자원을 좀 더 배분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북중 관계 여전히 중시

그렇다면 중국은 이번 북한의 당 대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선,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몇 차례에 걸쳐 짤막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 대회가 개막한 지난 6일 중국외교부의 홍레이(洪磊) 대변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금 국가 발전의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조선이 국가 발전과 인민 행복을 실현하길 희망한다. 또한 조선이 국제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함께 지켜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루캉(陆慷) 대변인은 당 대회 폐막식 당일인 9일 북한이 핵 보유국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중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선반도의 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혔고, 변화가 없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 또한 담판과 대화,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각국의 공동된 이익에 부합하고 동북아 평화와 발전 및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이를 위해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노력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날인 10일에 루캉 대변인은 북중 관계에 대해 "중국과 조선은 이웃 국가로서, 우리는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가지고 있다. 김정은 동지가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후, 시진핑 총서기는 이미 그에게 축전을 보냈다. 또한 우리는 건강하고 양호한 중조(북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9일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이름으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서, 그리고 나 개인의 이름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열렬한 축하를 표시합니다. 조선인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수장으로 하는 조선노동당의 영도 하에 사회주의 사업 건설 과정에서 새로운 성과를 얻길 기원합니다.

중조 전통우의는 지난 시기 양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정성들여 키워온 것으로 양국 공동의 귀중한 재산입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중조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선과 함께 노력해서 중조 관계의 대국으로부터 출발하여 중조 우호 협력을 부단히 발전시켜 나가고, 양국과 양국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오길 희망합니다. 또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 북한은 10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전 내용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중국, 핵 보유국 선언에 대한 대응은 고민 중?

중국의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서는 중국 지도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방향은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북중 관계를 여전히 중시하며 △북중 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나 △북한이 국제 사회의 우려에 귀 기울여 비핵화에 적극 나서길 바라고 △이와 함께 미국도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등 관련국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도 국제 사회와 함께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북미대화, 남북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밑 작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미국 및 한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나타내고, 한반도 및 지역의 평화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3대 원칙 중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내용에 호응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이 핵 보유국을 선언한 이상 중국의 나머지 한 개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불투명해진 만큼,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아마도 지난 2009년 2차 북 핵실험 이후 중국 정치권 내부에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전개됐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내부 토론이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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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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