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 경선, 나경원-유기준-정진석 3파전

3일 경선…친박 표심이 변수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결국 계파 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선거일 이틀을 앞둔 1일, 나경원 유기준 정진석 후보가 모두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계파 싸움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제기됐던 '합의 추대론'은 사실상 완전히 힘을 잃었다.

이처럼 비박계의 나 의원과 친박계의 유 의원, 그리고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이 모두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당선인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의 표 향방이 20대 국회 첫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 첫 테이프를 끊은 이는 친박계 유기준 의원(4선·부산 서구동구)이었다.

당초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출마를 희망했으나, 지난달 27일 두 의원이 단일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이틀날 유 의원은 국회 정론관(기자 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친박 사령관'인 최경환 의원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친박계 출마를 만류한 사실이 알려진 데다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을 진 친박이 '자숙'해야 한다는 2선 후퇴론도 당내에 팽배한 만큼, 친박계가 집단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할지는 알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유 의원은 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도 "(저의) 원내대표 출마를 계파 갈등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당을 다시 계파정치로 몰고 가는 구태"라며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선명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계파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최 의원과 의견이 엇갈린 것에 대해서는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최 의원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 "(다만) 당 수습에 대해 제가 출마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모두 탈계파를 외친 만큼 수면 위에서 쌍방 공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보다는 치열한 물밑 신경전과 표심 잡기 노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도' 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도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그는 당초 '합의 추대'를 전제로 경선 출마 선언을 했던 김재경 의원(4선·경남 진주을)과 전날 단일화에 성공, 자신의 러닝메이트(정책위의장 후보)가 된 김 의원과 함께 회견장에 섰다.

나 의원은 "20대 총선 결과의 핵심은 서울-수도권에서의 참패"라면서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을 되돌려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하려면 수도권 민심과 눈높이에 맞는 당의 변화·쇄신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유일한 4선인 자신이 그 적임자란 설명이다.

나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높게 사며 나 의원이 그 협상 상대방으로 적임자인지를 묻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박지원 맞춤형 원내대표를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말로 답했다.

그는 "국민 눈높이와 새누리당에 맞는 국민·새누리당 맞춤형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면서 "박 대표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도 충분히 협의해 여야 화합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4선·충남 공주)은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당-청 관계는 더 지속될 수 없다"면서 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정-청 고위 회동을 정례화하고 야당을 포함한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상시 가동하겠다"면서 당 지도부의 '쑥덕 결정'과 '의원들 거수기 동원'을 없앨 것이라고 공약했다.

당내 친박계 총선 패배 책임론이 팽배하고 친박계 후보인 유 의원 또한 출마 선언과 함께 '탈계파 선언'을 한 터라 3일까지 이어질 이번 경선에서 눈에 띄는 계파 간 공격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당의 과반, 그중에서도 특히 초·재선 의원 중 상당수를 점유하고 있는 친박계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당선자들의 표심도 변수다. 부산 경남을 지역구로 둔 유 의원은 충남 아산갑의 3선 당선자 이명수 의원을 정책위의장 후보로 짝을 이뤘고, 충남 공주의 정 의원은 경북 안동의 김광림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키로 했다.

나 의원은 경남 진주의 김재경 의원과 단일화를 함과 더불어, 지난달 29일에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방문해 충청 표심 잡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김 전 총리가 "유일한 적임자는 딱 하나 나경원"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JP 직계'로 자신을 내세워 온 정 의원은 "누구에게나 좋은 덕담을 해주시는 분"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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