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탈북' 러시, 왜 하필 지금?

'북한 붕괴론' 기반한 '총선용 북풍몰이' 의심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제재 방침을 발표한 지 한 달만에 잇따라 탈북자를 동원한 설익은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 소식을 발표한 데 이어 11일에는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우리의 대령급)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탈북한 A 대좌는 북한 정찰총국에서 대남공작 업무를 담당했으며 인민군 출신 탈북민 중 최고위급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8일 탈북한 식당 종업원들도 비교적 출신 성분이 좋은 이들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잇따른 '엘리트 탈북자' 홍보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주민들의 체제 불만을 부각시킨다. 특히 지난달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정부가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한 이후 북한 고위층의 동요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탈북자 입국에 대한 공개 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통상 해당 탈북자와 북한에 살고 있는 그들의 가족들의 신변 안전, 관련국과의 외교적 마찰 등의 이유로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하기에 탈북자들이 국내에 입국한 지 하루 만에 신상을 공개한 정부 방침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정부는 북한군 대좌의 탈북 보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A 대좌의 탈북과 관련, "사실은 있는 것 같다. 그것까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고, 인적사항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의 군 인사 중에 최고위급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정 대변인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제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 7일 국내에 입국한 집단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발표한 정부가 왜 지난해에 탈북한 A 대좌에 대해서는 이렇게 '모르쇠'로 일관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두 사건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그 전에도 일부 인사들이 넘어온 바가 있고 그에 따라 일일이 우리가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직장 동료가 집단적으로 탈북한 사실이 굉장히 이례적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왔고 대북 제재 국면에서 이런 현상이 나왔다는 것이 또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탈북을 '이례적'이기 때문에 공개했다고 밝힌 만큼, '이례적'이라는 것을 판단할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기준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공개된 자리에서 일일이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 한국으로 입국한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자들 ⓒ통일부

북한 식당 종업원의 탈북과 관련, 통일부가 공개 브리핑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지시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통일부는 "사실무근" 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공개 브리핑을 결정한 기관이 어디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모든 정부의 발표와 공개되는 사실 등은 공유와 협조를 한다. 유관기관들과 충분히 협의를 했고 그 결과 우리가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발표 시기 역시 총선을 닷새 앞둔 시점이어서, 이번 북한 식당 종업원 탈북 보도가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이른바 '북풍 몰이'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정부의 탈북자 홍보전에 대해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이외의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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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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