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 구입 세계 10위…2014년엔 1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세계 군사비 지출 경향 발표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는 이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국 28개 국가 중에 복지비 지출은 꼴찌, 자살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2016년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5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20대 국회는 세금을 군사비에 쏟아 붓는 대신, 요람에서 무덤까지 위태롭게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을 회복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군축행동의 날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군사비 현황 발표일에 맞춰 매년 전 세계 평화단체들이 군사비용 지출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를 비롯해 총 9개 단체에서 이날부터 2주 동안 군축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6 세계군축행동의 날 준비위원회'는 5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은 매년 정부 재정의 약 15%가량을 군사비로 쓰고 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대비 2.5배나 된다"면서 "과잉 투자 논란에 성능 결함이 산적한 F-35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데는 7조 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누리과정 예산 4조 원에는 전전긍긍하는 정부, 이것이 바로 '헬조선'의 현주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의 무기 수입액은 2015년 10위, 2014년에는 무려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무기 수입"이었다며 "아시아의 이 작은 국가는 성능도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덥석 덥석 구매한다. 한국에 배치될지 모르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덕분에 록히드 마틴은 또 다시 웃는다"고 지적했다.

매년 수조 원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지만, 이 무기들이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데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2014년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수사한 비리사업 규모만 약 1조 원"이라며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뇌물수수, 허위공문서 작성, 납품비리 등 각종 유형의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군사비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들은 "문제는 신뢰이지, 더 많은 군사비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국이 벌이는 군비 경쟁과 군사력 과시를 멈추지 않고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으며 평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2016 세계군축행동의 날 준비위원회'는 5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군비 축소를 주장하는 거리 피켓팅을 진행했다. ⓒ참여연대

전 세계 군비 지출, 2014년에 비해 증가

한편 스웨덴 현지 시각으로 5일 SIPRI가 발표한 '2015년 세계 군사비 지출 경향'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군비 지출 총액은 1조7000억 달러 (한화 약 1960조 원)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4년에 비해 1% 증가한 수치다. SIPRI는 "2011년 이후 처음 나타난 군비 증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군비가 다소 증가한 이유로 우선 미국의 군비 감소 폭이 낮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SIPRI는 "미국의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몇년 간의 감소 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SIPRI는 "이는 미국 의회가 기존에 합의된 정부 적자 감소 법안에서 군비 지출 사안을 일부 제외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킨 결과"라며 "2016년 미국 군비 지출액은 실질 금액 기준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군비 지출 증가의 또 다른 이유로 유럽 중부 국가들의 군비가 증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IPRI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의 군비 상승 폭이 높았다"면서 "이들 국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움직임을 크게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SIPRI의 군비 지출 프로젝트 책임자인 샘 펄로-프리먼 박사는 "2015년의 군비 지출 경향은 모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군비 지출 추세가 전 세계 각지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긴장 상태를 반영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른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지난 10여 년간의 군비 지출 확장 추세가 중단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정치, 경제 변동 상황이 향후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