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사람은 소심하고 약삭빠르다?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이재(理財)에 밝고 민첩한 상하이인(上海人)

상하이 사람들은 같은 중국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을까? 중국인들 중에서 특히 북방 사람들은 상하이 사람들이 근검절약한다거나 살림살이를 잘 하는 사람들이라 평가한다. 물론 이것은 대외적으로 점잖게 표현한 말이고, 속내를 드러낼 때면 상하이 사람들이 "지나치게 소심하고 쩨쩨하다"거나 "너무 이재에 밝고 계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하이 사람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계산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도 신세지지 않을 테니 당신도 신세지지 마라"는 비굴하거나 거만하지 않게 행동하기 위한 합리적인 처세라고 생각한다. 현지인과 외지인의 평가가 서로 엇갈리는 것이다.

상하이 출신 한 유명 배우의 일화가 있다. 택시를 타고 촬영장에 도착한 이 배우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바탕 짜증 섞인 말로 투덜댔다. 택시비를 아끼려고 촬영장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 택시를 세웠는데, 택시가 서자마자 미터기가 멈추지 않고 튀었다는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촬영장 문 앞까지 가자고 하는 건데 괜히 먼저 내려서 돈은 돈대로 내고 고생만 했다며 투덜댄 것이다. 스타덤에 오른 유명한 배우이니 돈이 부족할 리가 없는데도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경제적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생활 태도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가령 아무리 친한 친구지간이라 할지라도 겉치레에 치중하는 비이성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

장아이링(張愛玲)과 같은 재주 많은 유명 작가조차도 절제된 생활 태도로 유명하다. 친한 친구들과 같이 하는 자리에서도 늘 더치페이가 습관처럼 되어있다. 중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체면치레를 위해서 걸핏하면 '내가 살게(我請客)'를 남발한다. 하지만 상하이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체면치레가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 상하이 도심을 걷고 있는 사람들. ⓒwikimedia.org

상업 대도시의 인문 환경이 만든 상하이인(上海人)들의 이재 본능

그렇다면 상하이 사람들이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분명 상하이의 독특한 인문 환경과 관련이 깊다. 상하이는 근대 이후로 가장 먼저 서구에 개방되었고, 시장 경제가 빠르게 도입된 지역이다. 시장 경제의 발전과 발 빠른 변화로 근현대 상하이 사회는 다른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인문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이 상하이 사람들을 이재에 밝은 사람들로 만들었다. 복잡다단한 사회적 환경과 긴장이 연속되는 경쟁 속에서 상하이 사람들은 재물을 다루는 '이재(理財)'를 배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심하게 살피고 꼼꼼히 계획하고 계산에 따라 행동하는 생활 태도는 상하이 같은 상업 대도시 환경에서 빠질 수 없는 덕목이다. 상업 대도시에서 생활하자니 사전에 계획을 짜고 계획대로 실천하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된 것이다. 특히 상하이 사람들은 대부분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재에 밝지 않다면 손해를 보고 사업에 실패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부 상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상업 도시의 분위기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도처에 시장이 있고, 늘 장사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산다. 풍부한 시장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된다. 이렇게 보면 상하이 사람들이 계산적이고 이재에 밝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도 여러 가지 경우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는 어떠한 속임수에도 당하지 않는 총명함을 갖추게 된 것이다. 풍부한 시장경제 경험이 이들을 단련시킨 것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임기응변에 강하다. 경쟁이 치열한 상업 대도시의 현실 속에서 상하이 사람들은 점점 민첩하게 대응하는 임기응변에 강한 성격을 단련해 내었다. 한 가지 일을 처리할 때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이 길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길로 바로 바꾸어 모색한다. 방법을 바꾸면 되는 것이지 세상에 안 될 일이 없고 못할 일이 없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이것이 상하이 사람들이 생존해온 비결이다.

<중화전국풍속지>에 묘사된 상하이인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20년대 출판된 <중화전국풍속지(中華全國風俗志)>에 묘사된 상하이 사람들의 특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풍속지에는 다음과 같이 상하이 사람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지방 출신인지를 불문하고 일단 상하이에 정착하기만 하면 다음의 세 가지에 물들지 않을 수 없다. 즉, 유행을 따르게 되고, 사치에 현혹되고, 약삭빨라지는 것이 그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아직 온전히 상하이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풍속지에서 묘사한 상하이 사람들의 특성은 확실히 전형적인 상하이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약삭빠르다"는 표현은 상하이 사람들의 사고가 민첩하고 임기응변에 강하며 이재에 밝다는 표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상업 대도시 상하이의 복잡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남다르게 민첩한 사고와 이재 본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외지인들은 왕왕 상하이 사람들이 지나치게 이재에 밝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상하이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업 대도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생활 태도이자 본능적 습관이다.

주목할 것은 이제는 상하이가 대세라는 사실이다. "베이징은 과거의 중국인이고, 상하이는 현재의 중국인이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인의 성격이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말이다. 베이징은 정치 문화의 중심이기 때문에 관본위적이고 권위적이다. 하지만 상하이는 상업 도시이다. 권위보다는 실용이 훨씬 더 환영을 받는다. 큰소리치는 허세와 권위의 시대는 갔고, 부드러움 속에서 실속을 챙기는 상하이 사람들의 시대가 왔다. 이제 우리는 전 중국이 상하이화(化)되는 추세를 조금씩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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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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