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우리 아이의 숨통을 끊고 있다

[미세 먼지 원정대 ②] 초미세 먼지의 주범, 석탄 화력 발전소

'미세 먼지 원정대'는 우리와 미래 세대의 생명권과 행복권을 위협하는 미세 먼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녹색당과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관련 기사 : ① 죽음의 먼지, 마스크로는 못 막는다!)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 곧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기운이 완연할 것이다. 겨우내 꼭꼭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고, 봄기운으로 집안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창을 열기가 두렵다. 깨끗하지 않은 공기, 특히나 미세 먼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제 '초미세 먼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이제는 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초미세 먼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보다 20배나 작아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우리의 몸에 침투할 수 있는 미세 먼지 입자이다. 체내 깊숙이 들어와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과연 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초미세 먼지는 국내에서 생성

초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면 온 하늘을 뿌옇게 뒤덮인다. 우리나라의 초미세 먼지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초미세 먼지 영향이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3년 정부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초미세 먼지 영향은 30~50% 정도라고 한다. 이는 곧 국내에서 생성되는 초미세 먼지가 약 50~70%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내에서 생성되는 초미세 먼지를 잘 관리하면 현재 국내 초미세 먼지 문제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미세 먼지는 공장이나 발전소의 굴뚝, 자동차 배기구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다른 대기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초미세 먼지가 생성되는 2차 초미세 먼지로 나뉜다.

2014년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수도권 대기 환경 관리 기본 계획에 따르면 대기오염 배출 시설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늘어나는 발전소와 자가용, 공장 등의 영향으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은 오히려 증가해 2차 초미세 먼지 발생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2024년 국내 초미세 먼지 오염도는 2010년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즉, 초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를 줄일 뿐만 아니라 2차 초미세 먼지까지 고려해 전체적인 대기오염원을 줄여야 한다.

▲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서 운전 중인 당진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배기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정택용/그린피스

친환경 청정 석탄 화력 발전?

그린피스는 다양한 초미세 먼지의 배출원 중에서도 석탄 화력 발전소에 기인한 오염원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전사들이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기오염 저감 시설을 설치하면 석탄도 '청정, 친환경 연료' 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는 석탄 화력 발전소의 대기오염피해를 축소하고 숨기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석탄 화력 발전소는 아무리 향상된 대기오염 저감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대량의 초미세 먼지와 미세 먼지, 황산화물, 이산화질소, 수은 등의 대기오염 물질을 공기 중에 배출한다. 2012년 기준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는 전체 대기오염 배출량 중 3.4%의 초미세 먼지와 9.1%의 질소산화물, 15.9%의 황산화물을 배출하여 1차 초미세 먼지뿐만 아니라 2차 초미세 먼지 생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의 대기오염 물질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여, 수천 수백 킬로미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준다.

국내에는 현재 53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운전 중이며, 이로부터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40%가 생산된다. 또 현재 운전 중인 석탄 화력 발전소 발전 설비 용량의 67%에 달하는 20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에 있다. 특히 이 20기의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들은 매년 총 5402톤의 먼지와 3만2467톤의 질소산화물, 5만8879톤의 황산화물을 추가로 배출할 것으로 예측되어, 앞으로 대기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다.

▲ 한국에서 건설, 계획중인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의 24시간 평균 초미세 먼지 영향. ©그린피스

초미세 먼지 오염 악화시키는 한국의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올해(2016년) 3월 초 발표한 그린피스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계획 중인 20기의 석탄 화력 발전소는 최악의 경우 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 먼지 농도를 24시간 평균 1세제곱미터당 19마이크로그램까지 가중시키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산화질소의 24시간 평균 농도 또한 최대 1세제곱미터당 82마이크로그램까지 가중시키는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초미세 먼지 24시간 권고 기준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심각한 수치다. 또 2015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26.5마이크로그램으로 이미 국내 관리 기준인 25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초미세 먼지 오염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로 인한 건강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그린피스의 건강영향 연구에 따르면, 20기의 신규 석탄 발전소가 배출하는 초미세 먼지와 이산화질소는 매년 1020명의 조기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의 평균 가동 기간이 40년인 점을 감안하면, 총 4만 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에 인접한 충청남도 지역의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로부터 발생하는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현재 충남에는 당진, 태안, 보령에 6기(6140메가와트)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당진, 서천에 3기(2160메가와트)의 석탄 화력 발전소가 계획 중이다. 이 발전소들이 뿜어내는 대기오염 물질의 영향으로 매년 75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며, 40년 동안 3만여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 현재 한국에서 운전 중인 석탄 화력 발전소와 건설 계획 중인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 ©그린피스

허울뿐인 석탄 화력 발전소 환경 규제

석탄 화력 발전소의 대기오염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의 규제는 매우 허술하다. 2014년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서남부 지역 6개 발전소를 가동하는 서부발전의 발전소에서 초미세 먼지의 전구 물질로 꼽히는 질소산화물을 기준보다 무려 260톤이나 더 배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12년보다 4배나 늘어난 양이다.

남부발전 역시 질소산화물 초과 배출량이 2012년보다 5배 가까이 늘었고, 동서발전은 1.5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발전사들의 대기오염 물질 초과 배출로 인해 납부한 부과금은 고작 2600만원이었다.

특히 현재 대기오염 물질을 관리하는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미세 먼지, 초미세 먼지, 질소산화물에 대한 기본 부과금 및 초과 부과금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발전소가 초과 배출을 하더라도 딱히 제제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배출 부과금 또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석탄 화력 발전소가 배출하는 대표적인 오염물질인 황산화물은 1킬로그램당 500원, 먼지는 1킬로그램당 770원에 불과하다.

또 석탄 화력 발전소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조업 정지 같은 행정 조치가 내려졌을 때 "공익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분류로 인해, 다른 오염 물질 배출 사업장과는 달리, 기준을 초과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하더라도, 발전소의 조업 정지와 같은 행정 조치를 받지 않고 단순히 2억 원 이하의 과징금만 부과 될 뿐이다. 이는 명백한 특혜이며 면죄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초미세 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 화력 발전소의 증설을 계속해서 허가하고 있다.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1차 초미세 먼지뿐만 아니라 2차 초미세 먼지에 대한 피해를 악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대기 오염을 악화시키며 책임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며,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살인면허' 발급하는 일인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에너지 정책 수립

대책은 어쩌면 매우 간단하다.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을 통해 더러운 석탄 화력 발전소를 줄이는 것이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을 높여 낭비되는 전기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제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서 현재 지역의 반대로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신규 석탄 화력 발전소의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 또 석탄 화력 발전량을 제약하고, LNG발전소와 같이 비교적 대기오염 물질이 적은 발전 시설을 과도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을 높여나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린피스는 이미 2013년 발표한 에너지 혁명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을 60%까지 확대하는데 큰 문제가 없음을 과학적으로 밝힌 바 있다.

석탄 화력 발전소를 증설하여 초미세 먼지 오염을 가중시키고, 국민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일은 이제 세계적 '탈석탄'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은 초미세 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고자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다. 중국의 2015년 석탄 수입량이 30% 감소했고, 동시에 초미세 먼지 오염도 또한 6% 개선됐다.

우리도 초미세 먼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석탄 화력 발전소를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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