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와 첫 전투에서 '무조건 항복' 선언

알파고 '실수'를 했어도 '절망'은 없었다…위기를 기회로 뒤집어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 벌인 첫 대국에서 졌다. 186수만에 불계패했다. 몇 점 차로 졌는지 따지지 않는 패배라는 뜻이다. 이세돌이 중간에 항복했기(돌을 던졌기) 때문이다.

바둑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체스가 1997년 컴퓨터에게 정복당한 뒤에도, 바둑은 예외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순식간에 깨졌다.

이세돌과 알파고는 9일 오후 1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을 진행했다. 이세돌이 '흑', 알파고가 '백'을 쥐었다. 이날 대국을 시작으로 10일, 12일, 13일, 15일에 각각 대국이 진행된다. 다섯 차례 대국에서 이긴 횟수가 많은 측이 최종 승자가 된다.

9일 첫 대국은 시작부터 팽팽한 접전이었다. 이세돌은 7번째 수에서 '변칙수'를 뒀다. 일반적인 바둑 논리로 설명하기 힘든 수다. 알파고를 교란하려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알파고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리고 창의적인 공격을 연이어 구사했다. 이세돌은 당황한 기색이 확연했다.

심드렁하게 관전하던 바둑 팬들이 신경을 조인 건 그때부터다. 해설자들 역시 그걸 계기로 알파고의 기력(바둑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알파고는 미리 정해진 논리에 따라 바둑을 두지 않는다. 그런 식이라면, 현재의 하드웨어로 감당할 수 없다. 매순간 스스로 판단한다. 마치 인간처럼. 그래서인지, 상당히 인간적인 바둑을 뒀다. 해설자들은 양측 이름을 가리고 보면, 누가 이세돌인지 알 수 없다고 평했다.

형세에 변화가 생긴 건, 알파고가 90번째 수를 두면서였다. 이세돌(흑)의 우변을 공략하려던 수였는데, 수읽기 착오가 있었다. 이세돌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날카로운 반격을 이어갔고, 한동안 바둑판 위에서 흑의 면적이 넓게 펼쳐졌다. 해설자들 역시 "인공지능의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평가했다. 알파고의 실수는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사람과 다른 기계의 강점이 이 대목에서 발휘됐다. 사람 기사(棋士)는 한번 위기에 빠지면 정신을 수습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훈련이 잘 된 기사는 좀 낫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다. 알파고는 다르다. 위기라고 해서 절망하지 않는다. 흔들린 정신을 수습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도 않는다.

금세 반격에 나섰다. 알파고는 102번째 수에서 날카로운 반격을 했다. 이세돌은 당황했고, 대책을 찾지 못했다. 이어 이세돌은 127번째 수에서 실수를 했다. 알파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승기를 굳혔고, 186번째 수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세돌이 항복한 것이다.

이기고 지는 형세 판단 역시 알파고가 더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승부 판단을 알파고가 먼저 했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지고도 한참 동안 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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